정부가 이르면 내달 3일 내년도 의과대학 증원 규모를 확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공의들이 "의료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재차 반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27일 입장문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의료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앞다퉈 내놓는 의대 신설과 대학병원 분원 유치 공약은 젊은 의사들에게 참담한 기시감을 준다"고 비판했다.
전공의들은 미래 세대의 재정 부담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의사 인력 추계에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성 변화를 합리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대통령은 AI 기술이 의료 인력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음을 언급한 바 있으나 실제 (의사 인력)추계 모형에 반영된 AI 생산성 기여도는 약 6%에 그친다"며 "현실과 상충하는 데이터에 기반해 무리하게 증원을 밀어붙이는 것은 국가 재정과 청년 세대에 막대한 부담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법은 증원이 아닌 현장 의료 인력에 대한 보장에 있다"며 "미래 인력 양성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역 일선에서 헌신하는 전공의와 젊은 의사들이 자부심을 갖고 머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의대 교육 여건에 대해서도 대전협은 "지난해 급격한 증원이 이뤄진 일부 의대는 24·25학번 더블링(두 학번이 동시에 수업 받는 것) 문제와 더불어 강의실과 실습 기자재 부족은 물론 카데바(해부학 실습용 시신) 확보조차 어려운 상태로 파행적 학사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며 "교육의 핵심 주체인 젊은 교수진의 지역 수련병원 이탈 현상도 가속화한 상황인 만큼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너져가는 교육 현장의 정상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 관련)급한 결론 도출은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설립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추계위를 통해 최소 1년 이상의 충분한 기간 데이터 분석과 정책 효과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정치적 고려가 아닌 교육 및 의료 현장의 현실과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중심에 둔 책임 있는 판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정부와 의료 공급자·수요자 단체가 함께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이날 오후 4시 제5차 회의를 열고 의대 정원 규모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