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반발' 의사들, 날선 여론전…"붕괴된 의대교육 정상화가 우선"

홍효진 기자
2026.01.27 16:37

"강의실·실습실 부족…제대로 된 교육 불가"
의대생 대표 "정부와 학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과 한국의학교육협회가 27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의과대학 증원과 의학교육의 문제’를 주제로 하는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홍효진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추진에 반대 입장을 고수 중인 의사단체가 증원 규모 확정을 앞두고 여론전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앞서 미래 의사 수가 1만명 이상 '과잉'될 것이란 자체 추계를 내놓는 한편, 현재 더블링(예과 1학년인 24·25학번이 동시에 수업받는 것)된 의대 상황을 문제 삼으며 "증원은 의료체계 개선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도환 고려대 의대 교수는 2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열린 의협 의료정책연구원-한국의학교육학회 공동 주최 세미나에서 "의대 교육 현장이 끊임없이 불확실성 속에서 돌아가는 만큼 현장의 붕괴와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며 "의학 교육이 집단 이익을 위한 협상 카드처럼 취급되고 있단 목소리도 나온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과거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더 잘 배울 수 있을지' 고민했다면 지금은 주어진 자원으로 수업 운영이 얼마나 가능한지를 따지는 분위기"라며 "또 증원된다면 교육의 질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과 한국의학교육협회가 27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의과대학 증원과 의학교육의 문제’를 주제로 하는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홍효진 기자

채희복 충북대 의대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강의실과 실습실이 부족해 원활한 교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충북의대의 경우 기존 49명이던 정원은 현재 176명(24학번 49명+25학번 124명)으로 3배 넘게 늘었다. 채 교수는 "대규모 강의실이 없다 보니 현재 100석인 강의실을 176석으로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해부학 실습실 내 테이블도 모자라 늘리는 공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교육 당사자인 의대생들의 우려도 이어진다. 채 교수가 이날 공개한 충북의대 24·25학번 재학생 38명 대상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한 조당 10명의 인원으로 해부학 실습이 이뤄지는데 카데바(해부학 실습용 시신) 1구로 이 인원의 실습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 "두 학번을 함께 수용할 강의실이 없어 타 단과대 강의실에서 전공 수업을 듣고 있다" "25학번에 대한 24학번의 암묵적 차별이 있다" 등 불만을 드러냈다.

김동균 의대생 대표(부산대 의대 24학번). /사진=홍효진 기자

의대생 대표로 참석한 김동균 학생(부산대 의대 24학번)은 "많은 의대에서 150명, 200명 단위의 학과 수업이 일상화됐고 책상도 없는 극장식 강의실이나 타 단과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상황이 반복된다"며 "일부 학교에선 '매년 20%를 유급시키겠다, 대량 유급하면 해결될 것'이란 말까지 나오며 성적과 평가 유급 문제가 공포와 압박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격주로 실습을 진행하며 실습과 줌(화상회의 플랫폼) 수업을 번갈아 계획한 학교도 있다"며 "공간과 장비, (교육을 맡을)인력이 모두 부족한 상황에서 교육의 밀도와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법적 문제가 없다고 하고 학교는 정부 지침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는 이르면 내달 3일 회의에서 내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확정할 것이란 입장이다. 의대 증원 규모는 2027학년도부터 5년간 매년 약 386~840명으로 추산된다. 보정심은 이날 오후 제5차 회의를 열고 정원 관련 추가 논의를 진행 중이다.

보정심 위원으로 참여 중인 김택우 의협 회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증원을 논의하는 현 정부의 모습은 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하며 "세미나에서 논의한 내용이 향후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되도록 끝까지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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