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폭등할 것"…혁신 의료기기, 즉시 사용에 시민단체 '반발'

박미주 기자
2026.01.28 16:14

혁신적 의료기기, 식약처 허가 제품은 의료현장에서 즉시 사용 가능해져
시민단체 "환자 위험해지고, 불필요한 의료비 비급여로 지급하게 될 것" 지적

의료기기 시잔 진입 절차 제도 도입 전후 비교표/사진= 복지부

정부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혁신적 의료기기를 즉시 의료현장에 진입시키기로 했다. 혁신적 의료기기의 시장 진입 기간은 종전 최장 490일에서 최단 80일로 단축된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는 환자 안전성 위험이 커지고 비급여에 따른 의료비 부담이 폭등할 것이라며 반발한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6일부터 '시장 즉시진입 의료기술' 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혁신적 의료기기가 식약처의 국제적 수준의 임상평가를 거친 경우, 별도의 '신의료기술평가' 없이 의료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최대 3년간 사용 가능하며 이후 신의료기술평가와 건강보험 급여 여부 결정 절차를 거치게 된다.

신의료기술평가는 새 의료기술이 의료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다. 새로운 의료기술은 이를 통해 안정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아야 의료현장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과정이 길어(250일) 의료기기업계에서 산업 활성화와 우수 의료기술의 조기 도입을 위해 규제 완화를 요구해왔다.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혁신적 의료기기는 시장에 즉시 진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에 최장 490일이던 의료기기의 시장 진입기간이 최단 80일로 줄게 됐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환자를 볼모로 산업계를 위한 정책을 내놨다며 정부를 비판한다. 참여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이 참여한 '의료 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지난 26일 논평을 내고 "의료기기 산업 활성화를 위해 안전성, 유효성 검증을 유예(무시)한다는 것이 이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의료기술이 우수한지 열등한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제도가 신의료기술평가제도인데, 이 평가를 거치지도 않은 기술을 우수하다며 빨리 시장에 도입해야 한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라며 "이미 기존에 신의료기술평가 유예(2년+2년+250일) 제도가 있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평가 유예 여부 심사를 받아 승인을 얻어야 했는데, 신설된 제도는 이 심사조차 없이 환자에게 바로 사용되도록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의료기기 업체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손쉽게 돈벌이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환자는 더 위험해질 뿐 아니라 불필요한 의료비를 비급여로 지급하게 돼 의료비 폭등의 부담도 지게 됐다"고 규탄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도 "의료기술 효과 평가가 생략되고 접근성만 높였다"며 "환자가 아닌 공급자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성홍모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장은 "임상 관련 자료를 국제 가이드라인에 따라 더 철저히 평가해 의료기기의 안정성과 효과성을 보고 허가하겠다는 것"이라며 "부작용 보고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필요 시 사용중지, 판매중지, 회수 등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의료기기의 즉시진입 사용 기간 중에도 필요할 경우 장관 직권으로 신의료기술평가를 실시해 비급여 관리와 환자 안전을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곽순헌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안전하지 않은 의료기술은 시장에서 퇴출하고, 환자부담 완화를 위해 비급여 사용현황을 모니터링해 새로운 제도가 의료현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지속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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