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킹 피해자가 직접 접근금지 등의 조치를 법원에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조계에선 스토킹 피해자 보호를 위한 기회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실질적 보호를 위해 법안을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단 목소리도 있다.
1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이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잠정조치의 청구 또는 신청을 수사기관에 요청했다가 미청구, 미신청 사실을 통지받은 경우 그날로부터 90일 이내 법원에 직접 피해자 보호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된 것이 핵심이다. 해당 법안이 국무회의까지 통과된 뒤 공포되면 1년 후부터 시행된다.
피해자 보호명령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스토킹 행위자는 피해자로부터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의 명령이 내려진다. 스토킹 행위자는 잠정조치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밖에도 법안은 법원이 피해자의 보조인을 선정하도록 하고, 피해자 보호명령 사건을 조사·심리할 스토킹사건 조사관을 두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다만 스토킹 행위자에 대한 위치추적, 유치 등 강도 높은 조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피해자의 보호 공백이 제도적으로 보완됐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아쉬움도 있다는 의견이 많다. 최신영 차앤권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접근금지 명령 등을 신청할 수 있게 되면서 그동안 수사기관의 판단에 막혔던 잠정조치에 대해 다시 한 번 보호받을 방법이 생겼다"며 "다만 긴급 대응성과 집행력 확보가 병행되지 않으면 실질적 보호효과가 제한될 수 있단 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스토킹처벌법이 가정폭력처벌법에 비해 제한성이 큰 부분이 아쉽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사가 개시되고 수사기관에서 잠정조치를 미청구·미신청한 상황에만 피해자가 직접 잠정조치를 청구할 수 있게 정해져서다.
젠더법 전문박사 김재희 변호사는 "경찰이나 검찰의 피해자 보호조치에 대한 미온적 대처를 견제하고 스토킹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스스로 위험 상황을 소명해 보호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됐단 점에 있어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수사기관에 입건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피해자 보호 명령 신청을 못 하도록 협소한 상황으로 법을 규정했다"며 "스토킹 사건은 먼저 접근금지 신청 등 조치를 통해 안전이 담보된 뒤에 형사고소와 수사를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특수성을 법안이 고려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법원 업무가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현직 판사는 "법원마다 잠정조치를 담당하는 법관들이 있는데 그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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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스토킹을 실제로 받지 않음에도 여러 이해관계를 위해 잠정조치를 신청하는 등의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며 "법원에 접수되는 건들이 늘어날 수 있으나 어느 정도까지 늘어날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다만 "수사기관을 한 번 거쳐 오는 사안인 만큼 업무가 그렇게까지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