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가켐바이오가 해외로 기술을 수출한 항암신약 후보들이 올해 잇따라 주요 임상 데이터 발표를 앞두고 있다. 자체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미 검증된 타깃에서의 대안 제시는 물론, 신규 항원을 타깃으로 기술력을 증명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리가켐바이오는 올해 파트너사를 통해 최소 4건의 기술이전 물질 주요 임상 데이터 발표를 앞두고 있다. 특히 가장 개발이 앞선 중국 포순제약과의 파트너십의 경우 상업화 결실까지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포순제약이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LCB14'(FS-1502)는 연내 중국 3상 완료 및 신약허가신청(BLA)이 기대된다. 지난 2015년 성사된 리가켐바이오의 첫 글로벌 기술이전 성과다. LCB14가 현지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리가켐바이오는 역시 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수령하는 실적 구조를 갖추게 된다.
글로벌 지역에선 중국 외 LCB14 권리를 보유한 익수다(2021년 기술이전)가 글로벌 1b상 첫 중간결과를 상반기 내 내놓을 전망이다. ADC 항암제 시대 포문을 연 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가 타깃으로 하는 항원이다. 엔허투는 지속적인 적응증 확장과 함께 연간 5조원 이상의 매출을 거두는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성공했지만, 사용 환자 수가 많아지면서 내성 환자 수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현재 글로벌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 시장 화두는 엔허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내성 환자를 공략하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익수다가 진행 중인 1b상 주요 코호트(환자군)에는 엔허투 투약 경험이 있는 집단이 존재한다. 해당 측면에서 이번 중간결과는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첫 효능과 안전성 확인은 물론, LCB14(익수다 개발명: IKS014)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난 2021년 중국 시스톤파마에 넘긴 'LCB71'(CS5001) 역시 상반기 임상 1b상 중간결과 발표가 예상된다. LCB71은 ROR1 항원을 타깃으로 하는 ADC 항암제 신약 후보다. ROR1 타깃 ADC는 아직 상업화 품목이 없어 HER2처럼 검증이 완료된 타깃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 난치성 고형암에서 빈번하게 발현해 수요가 크다.
특히 ADC 영역에선 항체를 링커, 페이로드(약물)와 결합하는 설계 의존도가 큰 영역으로 꼽힌다. 때문에 이번 임상을 통해 의미있는 데이터를 도출할 경우, 단순 물질 가치는 물론 리가켐바이오 ADC 플랫폼 자체에 대한 신뢰도를 한층 높일 계기가 될 전망이다.
미국 넥스트큐어와 협업 중인 'LNCB74'도 주목받는 후보물질이다. 'B7-H4'라는 비검증 타깃인 것은 물론, 임상 시도는 많았던 ROR1과 달리 임상 시도조차 적었던 초기 발굴 타깃이다. 때문에 연내 기대되는 넥스트큐어의 1상 개념검증(PoC) 데이터에 따라 신규 타깃 ADC 주도권을 잡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PoC는 B7-H4를 타깃한 항체와 리가켐 ADC 플랫폼을 적용한 치료 기전이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전달돼 항종양 효과를 일으키느냐를 검증하는 과정이다. PoC에 성공한 물질은 세부 타깃 암종을 선정하거나, 기술이전 계약을 추진할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들어 최근 수년간 이어진 기술이전 행진이 멈춰선 회사 행보에 새로운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미화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기술이전 가능성이 있는 파이프라인의 임상결과는 여전히 기업가치에 중요하다"며 "긍정적 결과 발표 시 기술이전은 자연스럽게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