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결정에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정부 결정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향후 모든 혼란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정부는 의협의 합리적 대안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10일 오후 6시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확정한 '연평균 668명 증원안'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의협은 △의학교육 정상화 △현실적인 모집인원 산정 △의학교육 협의체 구성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 전면 개편 △기피과 문제 해소를 위한 유인책 등 필수 의료 대책 실행 등 크게 다섯 가지 내용을 요구했다.
김 회장은 "정부가 책임지고 파괴된 의학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현재 교육 환경은 이미 붕괴 직전이며 정부의 (증원)강행 처리는 교육 부실을 자초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교육부는 즉시 각 의대 전수조사에 착수해 실제 교육이 가능한지 직접 확인해야 한다"며 "현재 발표된 모집 정원보다 훨씬 적은 수만이 정상 교육을 받을 수 있단 사실이 명확히 드러날 것이다. 그 결과를 토대로 모집 인원을 다시 산정하라"고 촉구했다.
의협은 의학교육 협의체 구성도 요구하고 나섰다. 김 회장은 "정부는 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으로 일관하며 의학교육 질을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도 없이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즉각 실질 권한을 가진 협의체를 구성하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추계위 논의 과정을 두고도 "위원 구성을 의료 현장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전면 개편하고 급변하는 인공지능(AI) 기술과 인구 감소 속도를 반영해 추계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라"고 요구했다. 정부의 필수의료 대책에 대해선 적정 보상 등 기피과 문제 해결, 불가항력적 사고 및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면책 법제화 등 실질적 대책을 강구하라고도 강조했다.
김 회장은 "필수적인 제도 개선 없이 (의대생)숫자만 늘리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일방적 강행에 따른 의료 붕괴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 정부는 산적한 의료 현안을 진정으로 해결하겠단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보정심은 이날 7차 회의에서 2027학년도부터 5년간 의대 입학 정원을 총 3342명 확대, 연평균 668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는 안을 확정했다. 증원 대상은 서울을 제외한 전국 의대 32곳이다.
연도별로 보면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은 기존(3058명)보다 490명 증원된 3548명, 2028~2029학년도 의대 정원은 기존 대비 613명 늘어난 3671명이다. 2030년부터는 공공의대와 지역 신설 의대 신입생 정원(각 100명)을 반영, 연간 증원 규모가 813명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5년간 누적 증원 규모는 3342명, 연평균 668명의 인력이 추가 양성되며 이 증원분은 전원 지역 의사로 선발한다. 정부는 의대 교육 여건이 미흡하단 의료계 의견을 받아들여 증원 첫해인 내년엔 증원분의 80%(490명)만 반영한 뒤 이듬해부터 확대하는 '단계적 증원' 로드맵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