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사진)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녹취를 공개하게 된 심정을 밝혔다. 앞서 그는 한미약품 팔탄공장 고위 임원의 성추행 논란과 이 임원의 처분을 무마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신 회장과의 녹취를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해당 녹취에는 신 회장이 "그 사람이 여자 성폭행할 사람도 아니잖아"라며 가해 임원을 비호하는 듯한 발언이 담겨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박 대표는 지난 20일 임직원에게 보내는 글에서 "최근 언론 보도와 관련해 여러 해석과 우려가 있다고 듣고 있다"며 "녹취를 언론에 공개하는 건 정말 긴 고민 끝에 결정한 것"이라 밝혔다.
이어 "녹취 공개는 대표이사로서도 감당하기 힘든 현재 상황을 가감 없이 보여드리고, 50여년 간 어렵게 지켜온 한미약품의 기업문화를 지키고 가꾸는 일에 임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동참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게 자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약산업의 본질을 바탕으로 책임 있는 조언과 논의가 이뤄지기를 특정 대주주에게 직간접적으로 요청해 왔다"면서 "그러나 그러한 노력이 저에 대한 비난으로 돌아오고, 또 온전하게 부여된 저의 대표로서의 권한 행사에 압박을 느끼는 상황을 극복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한 기업에서 대주주가 갖는 의미와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그보다 앞서 지켜야 할 가치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생명을 다루는 약을 연구할 만큼, 그 가치는 어느 것에 비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임직원에 보낸 글을 통해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가르침을 되새기기도 했다. 박 대표는 "어렵고 앞길이 보이지 않을 때일수록 남들이 할 수 없는 차별화된 생각과 도전으로 과감히 돌파해 보라는 가르침이 생생하다"며 "결코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할 수 있는 권한 안에서 한미가 한미다운 정체성을 지키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한미가 걸어온 길과 임성기 회장님의 철학, 우리가 함께 만들어온 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저를 믿어주셨으면 한다"면서 "임직원 여러분이 한미의 미래이자 희망"이라고 했다.
이날 한미약품 본부장과 각 본부 임원 일동은 신 회장에게 사과와 부당 경영 간섭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서며 성명을 발표했다. 임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의 성추행 가해 임원 비호 발언 및 부당한 경영간섭에 대해 우리 한미약품 본부장과 각 본부 임원들은 깊은 분노와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며 "이번 사태가 올바르게 해결될 때까지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