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안 마셔도 생기는 지방간 급증…밥 안 줄여도 되는 '비법' 나왔다

정심교 기자
2026.02.25 16:55

[정심교의 내몸읽기]

지방간은 말 그대로 간세포 안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여 생기는 질환이다. 건강한 사람의 간은 약 5% 정도의 지방이 존재하지만 5% 이상인 경우 지방간으로 진단한다. 특히 간세포의 5~33%에 지방이 차 있으면 경증, 34~66%면 중등도, 그 이상이면 중증 지방간으로 분류한다.

이런 지방간은 원인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뉘는데, 최근 미국·유럽·라틴아메리카 등 국제 간학회에서는 △대사이상 지방간 △중등도의 알코올 섭취(남성 30~60g/일, 여성 20~50g/일)가 있는 지방간 △과도한 알코올 섭취가 있는 알코올 간질환 △약물 유발 또는 단일 유전자 질환처럼 특정 원인이 있는 지방간 △원인 불명의 지방간 등으로 구분한다.

과거엔 '술'이 지방간의 주요 원인이었지만, 최근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비알코올성 지방간) 비율이 전체 지방간의 80%까지 차지할 정도로 크게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2만3859명으로 2012년보다 40% 줄었지만, 대사이상 지방간 환자는 2021년 40만5950명이 진료를 봐,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17배에 달했다.

/자료=국가건강정보포털

이런 배경으로는 서구화한 식습관을 즐기고 신체 활동이 줄면서 비만·당뇨병·대사증후군이 급증했는데 이런 병의 '단짝'이 대사이상 지방간이다. 드물지만 피임약 등 여성호르몬이나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여러 가지 약물을 장기간 복용한 사람, 짧은 기간 내 체중이 감소했거나 체중을 줄이기 위해 수술을 시행한 경우에 대사이상 지방간이 발생하기도 한다.

울산엘리야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이한강 과장(내과 전문의)은 "지방간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방치하면 간암까지도 유발한다"고 경고했다. 간세포에 쌓인 지방에서 사이토카인 등 간에 해로운 물질을 내보내거나,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간에 부정적인 반응을 유도하면서다. 지방간의 가장 초기 단계인 단순 지방간은 간세포의 5% 이상에 지방이 쌓여 있지만 간 손상·섬유화는 없는 단계로, 생활 습관만 개선해도 회복할 수 있다. 다음 단계인 지방간염은 지방 축적과 함께 간세포 손상·염증이 동반되고, 일부에서는 섬유화도 생길 수 있어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때다.

/자료=국가건강정보포털

이보다 더 진행한 단계는 간경변증으로, 간 구조가 심하게 손상되고 광범위한 섬유화가 나타나며 간 기능 저하된다. 심하면 간암으로 진행할 위험이 크다. 실제로 지방간 환자의 5~18%가 간경변증으로 진행하며, 간경변증으로 이행한 사람 가운데 약 2.6%에서 간세포암종이 새로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이상 지방간을 예방·치료하려면 원인부터 제거해야 한다. 비만·과체중이라면 정상 체중으로 돌아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름진 음식, 당이 많은 음식, 열량이 높은 음식을 줄인 식단 관리, 주 2회 이상 중간 고강도의 운동을 30분 이상 꾸준히 해주면 도움 된다. 6개월에 체중의 10% 감량을 목표로 삼는 게 권장된다. 가능하면 식사를 거르는 다이어트를 지양하고 정해진 시간에 적당한 양으로 챙겨 먹어야 한다. 운동은 지방간, 혈당,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린다.

그런데 최근 지방간 환자가 먹는 메뉴·양을 엄격히 제한하지 않고 먹는 시간대만 조절해도 지방간이 많이 없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전대원·윤아일린 교수팀은 대사이상 지방간 환자 333명을 대상으로 3개월(12주)간 시간제한 식사(Time-Restricted Eating, TRE)를 적용해 효과·안전성을 평가했다.

시간제한 식사는 하루 24시간 중 8~10시간만 음식을 먹고, 나머지 14~16시간은 공복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흔히 간헐적 단식의 한 형태로 알려졌지만, 핵심은 단순한 '굶기'가 아니라 생체 리듬에 맞춘 대사 조절이다. 해당 연구 결과, 일반 식사군보다 간 지방 함량이 20~30%씩, 체중이 3~4%씩 감소했다. 간 효소 수치(AST·ALT 등), 중성지방 수치도 유의하게 줄었다. 공복 인슐린, 인슐린 저항성 지표(HOMA-IR)도 개선됐다.

우리 몸은 낮과 밤에 따라 대사 기능이 달라지는 '생체 리듬(서카디안 리듬)'을 갖고 있다. 늦은 밤 음식 섭취는 인슐린 분비 리듬을 교란하고 지방 축적을 촉진한다. 반대로 일정 시간 내 규칙적으로 먹으면 대사 효율이 개선되고 간에 쌓인 지방을 줄이는 데 도움 된다.

전대원 교수는 "시간제한 식사는 단순한 체중 감량 전략이 아니라 인슐린 감수성 개선을 통한 근본적 대사 교정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비만·당뇨병·고혈압이 동반된 환자는 간 섬유화 진행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간 초음파 검사를 통해 상태를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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