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유증 규모 축소에 자회사 지원 계획 조정…자생적 확장 시험대

김선아 기자
2026.03.18 16:51

유증 규모 2503억→2115억…해외 자회사 운영자금 지원 계획 변동
북미 시장 확장 속도 조절 우려도…루닛, "자생적 매출로 지원 가능"

루닛의 유상증자를 통한 조달 자금 사용 계획/디자인=이지혜

루닛의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축소될 전망이다. 해외 자회사 운영자금 지원 계획이 수정되면서 루닛 USA의 사업화가 다소 더뎌질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주주배정 유증으로 재무건전성을 확보한 만큼 비용 효율화 속에서도 자생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남겨졌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루닛은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1차 발행가액이 2만6750원으로 결정됐다고 지난 17일 공시했다. 예정 발행가액은 3만1650원이었지만 주가가 하락하면서 하향 조정됐다. 이번 유증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 규모는 약 2503억원에서 약 2115억원으로 축소됐다.

루닛은 우선순위가 낮은 항목부터 조달 자금의 사용 계획을 조정했다. 우선 약 326억원 규모의 해외 자회사 운영자금 항목을 삭제했다. 해당 항목은 주로 인건비로 이뤄졌으며, 2027년 1분기까지 루닛 USA 7명, 루닛 유럽 3명, 루닛 재팬 4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계획을 바탕으로 추산됐다.

루닛은 글로벌 매출이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영업 활동이 중요한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루닛 인터내셔널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회사가 루닛 제품에 대한 영업지원활동 외에는 매출을 내기 어려운 만큼 모회사의 지원이 중요하다. 동시에 자회사도 모회사의 사업 확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루닛은 현재 루닛 인터내셔널, 루닛 USA, 루닛 차이나, 루닛 유럽, 루닛 재팬 등 5개의 해외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루닛 USA는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 관련 글로벌 매출이 발생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2023년부터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루닛 스코프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59% 증가해 100억원을 돌파하는 등 본격적인 수익화 단계에 진입했다. AI 의료영상 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보다 아직 전체 매출 규모는 작지만,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사업화 성과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에 루닛 USA에 대한 지원 규모가 계획보다 축소되면 루닛 스코프의 시장 침투 속도가 기대보다 더뎌지며 모회사 루닛의 전체 매출 확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단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루닛 인터내셔널도 미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 진료과가 달라 영업망을 공유하는 건 어렵다.

다만 루닛은 추가 자금 조달 없이 매출만으로도 향후 자회사를 지원할 여력은 충분하단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루닛 인터내셔널과의 시너지 효과로 루닛 인사이트 매출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루닛 인터내셔널의 루닛 인사이트 누적 CARR(계약으로 확정된 연간 반복 매출)은 약 154만달러(약 23억원)다.

루닛 관계자는 "기존 계획에서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의 일부를 해외 자회사를 지원하는 데 쓰겠다는 건 기존에 지원하고 있던 것에 보태 좀 더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단 의미였다"며 "만약 공모 자금 규모가 줄어들게 되면 원래 그래왔듯이 자생적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부분을 통해 자회사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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