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약 후보 30년 만에 감소…韓 CDMO '기회' 왔다

정기종 기자
2026.04.06 16:22

연초 개발 의약품 수 전년比 3.9% 감소…특허절벽 대응 위한 '상업화 근접 자산 무게'
'확장→선별' 전환에 규모·품질 갖춘 국내 CDMO 수혜 전망…"日·印 등 떨칠 지원사격 필요"

개발 단계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이 30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상위 제약사들이 후기 파이프라인 연구개발에 힘을 싣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채택한 결과로 풀이된다. 상업화에 근접한 후기 파이프라인 중심 개발이 이어지면서, 해당 단계 수주 물량 확대 및 수익성 제고를 기대할 수 있는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들의 수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6일 글로벌 제약·바이오 데이터 분석기관 사이트라인에 따르면 올해 초 개발 중인 의약품 수는 2만2940개로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개발 의약품 수가 줄어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개발 단계 의약품에는 전임상 단계부터 추가 적응증 평가가 진행 중인 허가 품목 모두가 포함됐다.

개발 단계 의약품은 지난 2001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증가해 5995개에서 2만3875개(연평균 5.9%)로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수년 간 신약 개발 주축인 글로벌 제약사들의 전략 변화가 파이프라인 증가 정체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 파마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특허가 만료되는 의약품 매출 규모는 최 2000억달러(약 301조원)에 달한다. 특히 MSD '키트루다'를 비롯해 BMS '옵디보', '엘리퀴스', 존슨앤드존슨(J&J) '스텔라라' 등 연간 10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거두는 품목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때문에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대규모 매출 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수년간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상업화를 가시권에 둔 후기 파이프라인 개발에 힘을 실어 왔다.

전략 변화는 CDMO 기업들의 기회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CDMO 입장에서는 초기 임상 단계 다수 프로젝트보단 대규모 생산과 상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후기 임상 자산에 집중하는 구조가 수익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후기 임상 단계는 생산 물량과 계약 규모가 크게 확대되는 구간으로 CDMO의 실적과 직결되는 핵심 단계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CDMO 계약 규모 역시 초기 단계 대비 후기 임상에서는 수배, 상업 생산 단계에서는 수십 배까지 확대될 수 있다.

국내 CDMO 업계 관계자는 "후기 임상 단계에서의 CDMO 계약은 해당 품목을 대상으로 최적화 하는 부분이 있고, 개발사는 기술 유출 등을 감안해 상업화 파트너십까지 감안하고 선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CDMO 입장에선 임상 단계 협업이 당장의 매출에 큰 의미가 있다기 보단 향후 상업화 파트너십을 염두하고 공을 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신약 개발 전략이 '확장'에서 '선별'로 전환되면서 생산 부문에서는 규모와 품질을 동시에 갖춘 CDMO 기업 중심으로 수혜가 집중될 전망이다. 국내사 중에선 전세계 선도적 입지를 구축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물론, 미국 생산시설 확보를 통해 초기 경쟁력을 확보한 셀트리온이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60만4000리터에 달하는 1~4공장 풀가동 체제를 기반으로 글로벌 상위 제약사 20개 중 17개를 파트너사로 확보한 상태다. 특히 최근 대형 장기 계약 비중을 확대하며, 기존 고객 기반을 활용한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다. 후기 임상 및 상업 생산 중심으로 수주 구조가 재편될 경우, 대형 설비 보유와 파트너사 인지도가 높은 CDMO 기업으로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 글락소스미스클랑(GSK) 록빌 공장 인수를 완료하며, 미국 내 6만리터 규모의 원료 의약품 생산능력까지 확보한 상태다. 올해 5공장 역시 상업 생산에 가세하는 만큼, 글로벌 1위 수준의 CDMO 생산능력 경쟁력에 한층 힘이 실릴 예정이다.

CDMO 사업을 본격화 한 셀트리온 역시 최근 미국 일라이 릴리의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시설 인수를 통해 6만6000리터 규모(원료의약품 기준)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했다. 7만5000리터 추가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14만1000리터까지 확대 계획을 밝힌 상태다. 특히 릴리와의 계약을 단순 시설 인수를 넘어 위탁생산(CMO) 협업까지 연결하며, CDMO 사업 진출 초기 대형 고객사를 확보한 상태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중국 업체에 대한 견제 움직임이 이어질 경우, 국내 기업들의 반사이익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을 중심으로 공급망 안정성과 기술 보호 이슈가 부각되면서, 신뢰도와 품질 경쟁력을 갖춘 CDMO 기업으로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 외 일본, 인도 등 국가에서 CDMO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환경 변화 외 경쟁력 제고를 위한 업계 노력과 정부 지원사격이 동반돼야 한다는 제언도 뒤따른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블록버스터 의약품 탄생이 어려워지는 환경에서 예전과 같이 파이프라인이 많아지기는 어려운 구조로, 그 배경이 된 특허만료 여파에 바이오시밀러 등의 등장도 많아져 CDMO 입장에선 수혜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사들이 CDMO 분야에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게 맞지만, 일본과 인도 등 경쟁국들의 투자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고, 중국 역시 대표사인 우시바이오의 매출은 오히려 늘어나는 등 여전한 저력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가 국내사들이 글로벌 선두권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세제 혜택이나, 임상 단계 지원을 위한 펀드 조성도 같이 해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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