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자임이 약물 고농축 기술의 기술이전을 성사시키며 고용량 의약품의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수요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확보했다. 국내에선 알테오젠이 고용량 SC 디바이스 협업 등으로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셀트리온, 인벤티지랩 등도 SC 제형 기술 사업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할로자임은 지난 7일(현지시간) 자회사 할로자임 하이퍼콘(구 일렉트로파이)이 버텍스 파마슈티컬스와 약물 고농축 기술 '하이퍼콘'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선급금은 1500만달러(약 220억원)이며, 총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버텍스는 최대 3가지 약물 타겟에 해당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하이퍼콘 기술은 약물을 고농축해 피하주사로 투여할 수 있게 하는 미세입자 플랫폼 기술로, 고용량 약물을 최대 500mg/ml로 표준 제형 대비 4~5배 높은 농도의 저용량 약물로 만들 수 있다. 이는 빠르게 자가 투여할 수 있는 오토 인젝터(자동 주사기) 제형으로 개발하는 데 용이하다. 또한 상온에서 제조하고 유통할 수 있단 장점도 있다.
할로자임은 지난해 일렉트로파이를 최대 9억달러(약 1조3242억원)에 인수하며 해당 기술을 확보했다. 이미 일라이 릴리, 존슨앤존슨(J&J) 등과 파트너십을 맺은 만큼 상업성을 높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뒤이어 지난 1월 비슷한 기술을 보유한 서프바이오도 인수했다. 이는 할로자임의 SC 제형 변경플랫폼 기술 '인핸즈'의 특허 만료와 SC 기술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항체 의약품들은 600mg/ml 이상의 고농도 제품이란 경향성을 갖고 있다"며 "이를 액상 상태에서 히알루로니다제를 활용해 SC 제형으로 개발한 제품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항체 의약품을 고농축시키는 건 차세대 SC 제형 기술로, 선두기업 할로자임이 해당 기술을 도입한 것만 봐도 해당 기술에 대한 수요는 충분히 확인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분야에서 할로자임의 유일한 경쟁자인 알테오젠은 올해만 2건의 'ALT-B4'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이를 견제하려는 할로자임과의 특허 분쟁이 진행 중이지만 실질적인 사업화엔 영향이 제한적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일각에선 차세대 기술로 추가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알테오젠은 현재 고농축 기술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현재 알테오젠은 고용량 제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벡톤디킨슨과 고용량 SC 디바이스 분야에서 협업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파트너사와 잠재적 고객사에 제시할 수 있는 솔루션이 강화됐다. 과거 경쟁자로 인식하던 오토 인젝터·웨어러블 인젝터 등의 주사기 업체들을 협력자로 삼아 플랫폼 기술을 한층 더 진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구체적인 분야와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여러가지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며 "벡톤디킨슨과 진행 중인 대용량 피하주사 디바이스에 대한 동물실험 결과는 오는 5월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PDA 미니버스: 의료기기·복합제품·커넥티드 헬스 콘퍼런스 2026'에서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알테오젠 외에도 셀트리온, 인벤티지랩 등이 SC 플랫폼 기술 사업화에 뛰어든 상태다. 셀트리온은 SC 제형 바이오시밀러(생물의약품 복제약)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SC 제형 변경의 전 주기에 걸쳐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개발 과정에서 고농도 제형 기술을 확보한 바 있다.
인벤티지랩은 고농도 미세입자 플랫폼 기술 '바이오플루이딕'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농도 미세입자 플랫폼 기술을 구현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모델에 따라 항체 의약품을 개발 중인 기업들뿐 아니라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과도 파트너십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