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질환자 둘 중 한 명은 "요즘 암은 감기 같은 거래", "마음 편하게 먹으면 금방 나아"라는 위로의 말에 대해 큰 거부감을 가졌다. 반면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돼? 필요한 게 있음 뭐든 말해줘"라고 들을 때 투병 의지가 활활 타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전문 리서치 서비스 채널 '리슨투페이션츠'(대표 명성옥)는 '중증질환자와 공감언어'라는 주제와 함께 중증질환자 1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이번 설문은 암·희귀질환 등 중증질환을 진단받은 환자와 그 가족이 의료진·주변인으로부터 어떤 말에 힘을 얻고, 어떤 말에 상처받는지 그 공감언어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됐다.
응답자로는 중증질환 환자 본인 108명, 배우자 또는 직계 가족 42명, 본인과 가족 모두 해당하는 응답자 16명 등 총 166명이 참여했다.
설문조사 결과, 이들이 주변인에게 들었던 말 중 부담되거나 거부감이 컸던 표현은 "요즘 암은 감기 같은 거래. 마음 편하게 먹으면 금방 나아"가 55.4%(92명)로 가장 높았다.
이어 "나도 아는 분이 같은 암이었는데, 그분은 6개월도 못 버텼는데 걱정이다" 44%(73명),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우울해하면 병세만 더 악화돼" 32.5%(54명), "네가 평소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그래. 이제라도 성격 좀 고쳐" 30.7%(51명), "누구는 이거 먹고 암 고쳤다더라. 병원 약만 믿지 말고 이거 써봐" 28.3%(47명)로 나타났다. 질환을 과도하게 단순화하거나, 환자에게 원인을 돌리거나, 검증되지 않은 조언을 건네는 말은 환자에게 위로보다 부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들이 진단받을 당시 의사로부터 들었던 말 중 가장 힘이 된 표현은 "최근 좋은 치료제가 많아졌습니다. 충분히 관리하며 일상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로 56%(93명)가 선택했다. 이어 "치료계획대로 잘 따라오시면 좋은 결과 있을 겁니다"가 46.4%(77명), "궁금한 점 뭐든 물어보세요. 이해하실 수 있게 하나씩 설명해드리겠습니다"가 21.7%(36명), "저와 의료진이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같이 가봅시다"가 18.1%(30명)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특별히 힘이 되거나 신뢰를 준 말이 없었다"는 응답도 24.7%(41명)에 달했다.
진단 당시 의사의 언어나 태도 중 거부감이 들고 마음을 고통스럽게 한 표현을 묻는 말에서는 "특별히 거부감이 들거나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57.8%(96명)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부정적인 경험을 선택한 응답을 보면 "자세한 건 치료 들어가면서 설명하고요, 치료 빨리 시작해야 하니 나가서 안내받으세요"가 41%(68명)로 가장 높았고, "이 병기는 원래 예후가 안 좋습니다. 마음의 준비부터 하는 게 좋습니다" 25.9%(43명), "이 정도 통증이나 부작용은 당연한 겁니다. 그냥 참고 견뎌야 해요" 22.9%(38명), "어차피 물어봐도 이해 못 하세요. 제가 하라는 대로만 따라오시면 됩니다" 10.2%(17명) 순이었다.
이런 결과는 같은 의학적 정보라도 설명의 충분성, 환자의 감정 수용, 질문을 허용하는 태도가 환자의 신뢰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증질환 치료 과정에서 의사에게 가장 듣고 싶은 표현으로는 "지난번보다 수치가 좋아졌어요. 지금 방향대로 잘 가고 있습니다"가 76.5%(127명)로 가장 높았다. 이어 "오늘 컨디션은 어떠세요? 치료하면서 힘든 점이 있으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가 52.4%(87명), "지금 목표는 병을 없애는 것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가능하게 하는 것도 들어갑니다"가 34.3%(57명), "치료가 길어지면 지치는 게 당연해요. 그 감정도 치료의 일부입니다"가 20.5%(34명)로 나타났다.
환자들은 치료 성과에 대한 명확한 피드백뿐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 겪는 신체적·정서적 어려움을 함께 확인해주는 언어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증질환 진단 후 주변인에게 들었던 말 중 가장 위로가 되고 투병 의지를 북돋아 준 표현은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돼? 필요한 게 있음 뭐든 말해줘"가 55.4%(92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힘들면 힘들다고 해. 참지 않아도 되고, 어떤 얘기든 내가 다 들어줄게" 51.8%(86명), "요즘 의학이 발달해서 너무 걱정할 것 없을 거야" 30.7%(51명), "넌 워낙 의지가 강해서 치료과정이 힘들겠지만 잘 견뎌낼 거야" 27.7%(46명), "네가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게 반찬이나 애들 등원 같은 건 내가 도와줄게" 25.3%(42명) 순이었다.
치료 과정에서 주변인에게 가장 듣고 싶은 표현으로는 "정말 많이 힘들었겠다. 네가 여기까지 버텨온 게 대단해"가 57.2%(95명)로 가장 높았다. 이어 "아무것도 안 해도 돼. 그냥 네가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45.2%(75명), "답장 안 해도 되니까, 그냥 생각난다고 말하고 싶었어" 38.6%(64명), "다 나을 때까지 기다릴게. 우리 하던 거 다시 같이하자" 30.1%(50명), "잘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어떤 결과가 오든 내가 옆에 있을게" 25.3%(42명) 순이었다. 이는 환자들이 주변인에게 정답이나 해결책보다 감정의 인정, 기다림, 지속적인 관계의 확인을 더 필요로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명성옥 리슨투페이션츠 대표는 "이번 설문조사는 중증질환 환자와 가족에게 '좋은 말'이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치료 여정을 버티게 하는 중요한 지지 자원임을 보여준다"며 "리슨투페이션츠는 앞으로도 환자들이 실제로 듣고 싶은 말, 듣기 힘든 말을 데이터로 드러내 의료현장과 사회의 공감 커뮤니케이션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