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의료, 소송부담·의료자원 부족 '이중고'…"소청과 붕괴 현실화"

홍효진 기자
2026.06.11 16:58

소청과 붕괴 현실화…소송부담·의료자원 부족 심화
"소아환자 진료 난도, 성인과 달라…특수성 반영해야"
"필수 기자재·의약품 부족 가속"

송한섭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진행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2026년도 정책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대표적인 '기피과'로 꼽히는 소아청소년과의 붕괴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의료소송 부담과 저출산에 따른 소아 환자 감소 등 여파로 젊은 의사 인력이 줄어든 데다, 관련 의약품 공급 불안정이 심화하고 있단 우려가 나온다.

의사 출신 송한섭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2026년도 정책 심포지엄'에서 "영유아는 통증 위치·성질을 언어화할 수 없고 학동기 아동도 '배가 아프다'는 한 마디가 충수염·장중첩·횡격막 탈장을 모두 가리킬 수 있다"며 "결과의 중대성이 양형에 강하게 작용하는 형사 재판에서 소아 환자 사망은 사실상 가장 무거운 양형 인자"라고 짚었다.

소아청소년과(소청과)는 소위 언급되는 '기피과' 중 하나다. 전공의 지원율은 2016년 124%에서 2025년 2~3%대까지 떨어졌다. 현재 24시간 소아 응급진료가 가능한 곳은 전국 93개 수련병원 중 절반 수준(46%)이며, 소청과 의원이 없는 지자체는 58곳에 달한다.

이 같은 기피 현상의 주된 요인으론 의료소송 부담이 꼽힌다. 소청과 의사들은 소아 환자의 진단·치료 난도가 성인과 본질적으로 다름에도 환자 특성이 법적 분쟁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의료인 형사 기소를 제한하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내년 5월 시행되지만 '중과실' 기준 등은 여전한 쟁점이다. 박 변호사는 "하위 법령과 관련 판례 축적이 중요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환자에겐 책임자 처벌을 위한 소송 없이도 신속히 보상받고, 의사 입장에선 예측할 수 있는 법적 환경의 '뉴노멀'(새 표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상윤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진행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2026년도 정책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이날 현장에선 소아 필수 의료 자원의 공급 문제도 거론됐다. 이상윤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청과 교수는 "기존 기자재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용, 원가 부담 등으로 소아 필수 의료 기자재 수급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제품 인허가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다 보니 해외 기업에선 국내 진출을 꺼리게 되는 상황이 반복 중"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응급상황 등에 쓰이는 소아 필수 의료 기자재를 국가 차원에서 비축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해외 승인 기기를 신속히 도입할 수 있도록 인허가 과정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저수요 의료기기 수급이 유지되도록 최소 구매 보장과 공급 유지 보조금 등 유인책도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소아 필수 의약품에 대해서도 공급 불안 우려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익 보장이 어려워 신규 업체가 나오기 힘들고 기존 업체마저도 생산 유지에 소극적인 탓이다. 최근 영유아 응급치료에 쓰이는 '히드로코르티손' 주사제가 당장 내달 공급이 중단될 것이란 우려에 의약품 수급 위기가 대두된 가운데, 일단 정부는 현장 수급엔 문제가 없단 입장을 고수 중이다.

강준혁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올해 말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관련 단체·민간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 더 체계적인 진단과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진이 안심하고 진료하는 환경을 만들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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