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약 급여 '여론조사'로 결정? 의사 불만…시민·환자단체도 의견 분분

박정렬 기자
2026.06.15 17:17

복지부, 하반기 탈모 치료 건강보험 급여 확대 추진
행정안전부와 다음 달 4일 '모두의 토론회' 개최 예정
"중증 질환도 많은데 탈모 먼저" 형평성 논란 따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대한미용성형레이저의학회 미용의료기기 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보건복지부가 대국민 의견수렴을 거쳐 하반기 탈모약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형평성 논란이 고개를 든다. 의사가 근거에 기반해 실시한 치료도 효과·필요성을 검토해 진료비(건강보험 청구액)를 삭감하는 정부가 탈모만큼은 '국민 토론회'라는 다른 잣대를 댄다는 이유에서다. 탈모는 질환 특성상 건보 적용 대상이 폭넓고 이해관계가 복잡해 사회적 합의까지 과정도 난항이 예상된다.

15일 복지부에 따르면 정은경 장관은 최근 국민주권정부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탈모 치료 건강보험 급여 확대 추진 의사를 밝혔다. 정 장관은 "탈모를 건강보험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하고 어느 정도 재정이 필요할지 실무적인 검토를 거쳤다"며 "앞으로 국민 토론회 등 사회적 의견을 들어 추진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행정안전부와 복지부는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모두의 토론회' 제1회 주제를 '탈모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적용'으로 정하고 다음 달 4일 서울에서 관련 내용을 다룰 예정이다.

탈모약 건보 적용은 복지부보다 청와대의 결정에 가깝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옛날에는 (탈모를) 미용으로 봤지만 요즘은 생존의 문제"라며 관련 사항을 검토하라 지시한 후 급진전했기 때문. 탈모약 건보 적용은 이 대통령이 이전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출마할 때 공약사항이었다.

당시에도 이 대통령은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된다면 횟수나 총액 제한 등을 검토해달라" "급여 지정하면 약가가 내려가지 않느냐" 등 관련 사안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후 유전성 탈모 치료를 '미용 목적'으로 보던 복지부도 '건강 복지' 차원으로 입장을 선회해 급여 적용을 검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제20대 대선후보 시절 탈모약을 건강보험료로 지원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당시 '이재명을 뽑는다고요?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라는 광고가 탈모인들 사이 화제였다./사진=유튜브 갈무리

하지만 대통령의 한마디에 비급여의 급여화를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의료계를 중심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이 올해부터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다른 중증 질환도 많은데 탈모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올바르냐는 것이다.

정책 추진 과정도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조짐이다. 특히, 정 장관이 지난해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에게 "원형탈모처럼 의학적 치료가 가능한 탈모는 현재도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고 유전성 탈모 치료제는 의학적 치료와의 연관성이 낮고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 아니어서 급여화돼있지 않다"고 답변한 점이 재조명된다. 의사 출신인 정 장관이 M자 탈모(유전성 탈모)는 '의학적 치료 대상'과는 멀다고 평가했는데도, 이를 추진하기 위해 근거 대신 여론에 기대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한 수도권 전문의는 "의사가 필요해서 처방하고 검사하는 것은 의학적 타당성을 근거로 (건강보험 청구액도) 삭감·환수하면서 탈모약은 여론조사(토론회)로 급여 전환을 한다는 건 장난 같은 일"이라 지적했다. 이어 "복지부는 도수치료를 '치료 효과성은 일부 있지만 선택적·보조적 성격이 큰 치료'라며 본인부담금 95%를 내는 관리급여에 편입해 공급도 이용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렸다"며 "탈모약을 먹어도 머리가 안 나는 사람도 있는데 치료 효과가 명확하게 있는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사진-보건복지부, 뉴스1

탈모 치료에 대한 급여 확대 방안은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연간 1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지원 범위와 대상 등에 좌우되는 만큼 정확한 재정 추계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급여 적용 시 치료받지 않던 환자가 유입돼 투입되는 재정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탈모 치료 대상은 청년뿐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폭넓고 의사·제약사 등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어 사회적 합의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시민단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지난해 복지부 업무보고 직후 "탈모 치료제는 특허가 풀려 비싸지 않은데 비급여라 한 달에 10만원이 든다. 건보가 적용되면 (약가가 통제돼) 2만원 내외면 충분할 수 있다"며 "건강보험 우선순위가 높든 낮든 중증은 중증대로, 경증은 경증대로 보장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비슷한 시기 "유전성 탈모 치료제는 의학적 치료 효과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인정받기 어렵고, 재정 투입의 우선순위 측면에서도 사회적 동의를 얻기 쉽지 않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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