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받으러 서울행? 옛말 될 것" 암센터 수장의 근거 있는 자신감

정심교 기자
2026.06.17 14:11

[인터뷰]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

우리나라 암 진료·연구의 메카는 '국립암센터'다. 지난 2001년 6월 '국민을 암으로부터 보호하고 암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한다'는 미션을 내걸고 진료를 시작한 지 25주년을 맞았다. 머니투데이는 국립암센터 수장이자 위암 명의로 손꼽히는 양한광 원장(66, 외과 전문의)을 만나, 25년간의 발자취와 암 정복 가능성을 들었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이 센터가 주도해 만든 '암 치료 표준 가이드라인'을 통해 지방에 있는 암 환자도 서울과 똑같이 최신의 암 표준치료를 받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Q. 지난 25년간의 대표적인 성과를 꼽는다면.

"2006년 진료를 시작한 이후 국립암센터에서 진료받은 암 환자 수는 1200만명, 암 수술 건수는 18만1288건에 달한다(2024년 기준). 진료뿐 아니라 연구에도 매진해 글로벌 우수 SCIE 논문을 1만950편 발표했고, 암 관련 특허 출원 1492건, 특허 등록 769건, 기술이전 71건, 누적 기술료 수입 521억원을 기록했다. 또 국립암센터는 세계 최초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의 위암 예방 효과를 확인해 전 세계 위암 가이드라인에 인용된 쾌거를 이뤘고, 간세포암의 양성자 치료 효과를 세계 최초로 입증한 바 있다. 뇌종양 세포와 신경세포 간 메커니즘도 최초로 발견했다.

가장 큰 성과는 지난해 '암 치료 표준 가이드라인'을 완성한 것이다. 국립암센터 가이드라인사업단은 2021~2025년 15개 암종별 전문학회와 협력해 위암·대장암·폐암 등 18개 암, 171개 핵심 질문과 1개 권고안 대한 근거 중심의 표준 암 진료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쉽게 말해 우리 국민이 암에 걸렸을 전국 어느 병원에 가든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암종별 최신 표준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이든 지방이든 똑같은 암 치료를 받는다면 지방에 사는 암 환자가 굳이 서울까지 올 필요 없게 된다는 의미다."

1982년 양한광 원장이 의과대학 3학년 재학 중 쓴 노트 일부. 당시 대한민국 남녀 사망원인이 빨간 네모 안에 적혀있는데, 남성 1위가 위암, 여성 1위가 자궁경부암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조기 진단과 헬리코박터균 제균치료, HPV 백신 접종이 활성화하면서 남성 암 사망원인 중 위암은 4위, 여성 암 사망원인 중 자궁경부암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사진제공=양한광 원장
Q. 암을 진료하는 여느 대학병원과의 차별점은.

"국립암센터는 '진료만 하는 병원'이 아니라 △연구소 △부속병원 △국가암관리사업본부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등 4개 단위부서가 모인 집합체다. 국립암센터의 홈페이지 주소(www.ncc.re.kr)만 봐도 여느 국가기관이 org(organization·기관)를 쓰는 것과 달리, re(research·연구)를 사용한다. 이는 국립암센터가 암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관리한다는 의미다. 실제 우리는 진료뿐 아니라 새 치료법을 찾고, 전국 암환자 데이터를 모아 활용하고, 암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국민을 암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Q. 현재 진행 중인 암 연구를 공개한다면.

"우리 국민 둘 중 한 명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다. 이 균은 위암의 주원인이다. 우리나라에선 40세 이상이면 2년마다 위내시경 검진을 권고하지만, 헬리코박터균이 없어도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제균치료했는데도 위내시경 검사를 계속 받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이에 국립암센터는 국제암연구소와 함께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암검진에 참여한 일반인 1만2000명을 대상으로 헬리코박터 감염 여부, 감염 시 제균치료 여부에 따라 위암 발생률을 10년간 추적 관찰하고 있다. 중간평가에 따르면 헬리코박터균 제균치료 후, 헬리코박터균이 없었던 나머지 위 부위에서 위암 발병률이 반으로 줄었다.

2029년 최종 연구 결과가 똑같이 나온다면 국가암건진에 헬리코박터 검사를 도입하고, 헬리코박터균이 없는 사람은 국가암검진의 위내시경 검사 주기를 지금(매 2년)보다 좀 더 느슨하게 하고, 헬리코박터균이 있는 사람에 대한 제균치료에 대해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등 국가 정책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한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이 각 연구 이름이 적힌 팻말 앞에 서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Q. 암 정복을 위한 여정, 어디까지 왔나.

"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막는 데는 성과를 내고 있다. 예컨대 간염바이러스 백신 접종으로 간암환자가 크게 줄었고, HPV 백신이 개발되면서 자궁경부암 발병률이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이들 암을 제외하고 '원인을 정확히 모르는 암'은 현재로서는 예방이 최선, 조기 발견이 차선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유일하게 전국민을 대상으로 6대 암에 대한 국가검진을 시행하면서 암 조기 진단율이 매우 높다. 하지만 국가검진에 포함되지 않은 암(전체 암 발생의 20%)은 대부분 4기에 뒤늦게 발견된다. 예컨대 황달이 생겨 병원에 갔더니 췌장암 4기로 진단받는 경우다.

암을 뒤늦게 발견하더라도 좋은 약이 개발된다면 암은 정복된다. 국립암센터 신약개발사업단을 필두로 정복되지 않은 암의 원인을 찾고, 신약을 개발하는 데 속도를 내도록 정부 지원이 뒷받침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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