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대구에서 발생한 '응급실 뺑뺑이'(수용불능) 사고 관련 당시 의료진이 검찰에 송치되며 또다시 '응급실 책임론'이 불거졌다. 최근 필수의료 관련 분쟁사례가 잇따르면서 의료계의 반발수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대구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지역 내 한 대형병원 의사 2명을 응급의료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송치된 이들은 2023년 건물에서 추락해 머리를 다친 10대 환자를 적절한 응급처치 없이 타 병원으로 보낸 혐의를 받는다. 당시 환자는 여러 병원을 돌다 끝내 사망했다. 경찰은 응급치료 기피사유 등을 조사해 3년 만에 의료진을 검찰에 넘겼다.
의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성명에서 "당시 정부가 조사를 거쳐 해당 병원들에 대해 행정처분을 했으나 의사 개인을 검경에 고발하진 않았다"며 "경찰의 이같은 행태는 응급의료에 대한 신뢰를 깨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의사회 역시 "배후 진료인력과 중환자실 병상 등이 확보되지 않은 채 무조건 환자를 수용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또다른 위험을 초래한다"며 "처벌이 아닌 의료체계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소위 '기피과' 현장에서 의료인 유죄판결과 기소 등의 사례가 이어진다. 지난달 대전지법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받는 의사 2명에게 금고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018년 당시 전공의였던 이들은 충남 천안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근무 중 복통·구토·의식장애 등 뇌경색 증상을 보인 주취상태의 환자를 받았고 CT(컴퓨터단층촬영) 등 검사결과 이상이 없자 3시간여 만에 퇴원조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의료진이 신경학적 검사를 하지 않는 등 진료를 소홀히 한 채 환자를 퇴원시켜 신체 일부가 마비되는 영구장애를 입혔다며 기소했다. 법원도 이에 대한 의료진의 책임을 인정해 유죄로 판결했다. 이에 의료계는 "응급실의 역할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만취한 환자를 상대로 올바른 신경학적 진찰과 협조가 가능하겠느냐"며 "응급의료 현장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서 비롯된 사망선고"라고 주장했다.
소아의료도 법적 분쟁의 최전선에 있다. 지난 2월 서울남부지법은 동맥관 개존증 치료 중 뇌손상이 발생했다며 환아의 부모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학교법인에 약 3억2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환아는 초극소 미숙아(재태연령 26주3일·900g)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엔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가 출생 후 뇌성마비 진단을 받아 산부인과 의사 2명(당시 서울의대 교수·전공의)이 불구속 기소됐다.
의사들은 이러한 법적 판단이 필수의료의 구조적 한계를 의사 개인에게 떠넘기는 구조를 고착화한다는 입장이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인제대 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응급치료와 최종치료는 개념 자체가 다르고 환자의 상태마다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도 상이하다"며 "최종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료체계의 구조적 책임 자체를 모두 응급실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병원의 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지금 필수의료는 최선을 다해도 그 결과가 좋지 않으면 결국 의사들이 처벌받는 구조"라며 "먼저 '누가 잘못했는가'를 따지는 사법적 응징체계에서 벗어나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