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 육성에 공을 들이는 가운데 의료 분야에도 훈풍이 불 조짐이 감지된다.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보건복지부가 의료 AI 지원에 나서며 사용 기회가 한층 확대됐다. 국민성장펀드 추천 기업에 제약·바이오와 함께 의료기기가 물망에 오르며 투자자들의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22일 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권역책임의료기관 AI 기반 진료시스템 지원사업'에 루닛, 뉴로핏, 제이엘케이 등 다수의 의료 AI 기업이 선정됐다. 복지부가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올해에만 142억원의 예산을 투입·추진하는 국책사업으로 전국 17개 권역책임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복지부가 각 의료기관의 신청을 받고 평가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사용료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의료 AI에 대한 관심은 씨어스, 뷰노, 에이아이트릭스 등 '환자 안전' 분야에 집중됐다. 심정지·패혈증을 조기 예측할 수 있어 부족한 일손을 채워주는 동시에 비급여 사용이 원활해 의료기관이 사용하는데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이번 복지부 사업은 이런 심전도·생체신호 모니터링 등 환자 안전 이외에도 △진료 정밀도 제고 △진료 효율화 등 3개 분야를 공모해 새로운 의료 AI 솔루션의 임상 진입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사업에서 제이엘케이는 뇌졸중을 비롯한 뇌질환 진단·분석을 지원하는 AI 솔루션이 11곳의 의료기관에서 선택받았다. CT 관류영상 분석 솔루션 'JLK-CTP' 와 CT 혈관조영 영상에서 대혈관폐색을 자동 감지하는 'JLK-LVO' 등이 포함됐다. 제이엘케이 관계자는 "의료진이 응급 뇌졸중 환자의 치료 가능 여부나 중재 시술 필요성을 보다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루닛은 단국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울산대병원, 제주대병원, 전북대병원, 화순전남대병원 등 6개 의료기관에 흉부 X선 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CXR'과 유방촬영술 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 3차원 유방단층촬영술(DBT)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DBT'를 제공한다.
뉴로핏은 울산대병원, 경상국립대병원, 전남대병원 등 3곳에 의료 AI 솔루션 공급 업체로 선정됐다. 치매 치료제 처방 여부와 치료 효과·부작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뉴로핏 아쿠아 AD', PET 영상을 분석하는 '뉴로핏 스케일 펫'을 통해 진료 정확도 제고에 기여할 계획이다. 빈준길 뉴로핏 공동대표는 "권역거점병원에서 제품 경쟁력을 입증하고 이를 기반으로 향후 국내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제품 공급 확대에 나설 것"이라 말했다.
여기에 최근 복지부가 국민성장펀드 추천 기업으로 제약·바이오와 함께 의료기기 업체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료 AI와 디지털 헬스케어를 중심으로 주목도가 상승하고 있다.
복지부는 유관 협회와 증권사, 벤처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추천 기업을 모집해 지난 10일 1차 검토를 진행한 데 이어 최근 2차 추천 기업 접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성장펀드는 바이오 분야에 동아쏘시오홀딩스 자회사인 비티젠(전 에스티젠바이오),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선정하고 각각 850억원, 3000억원을 지원(장기·저리 대출)하기로 결정했다. 복지부의 의료기기 추천 기업이 국민성장펀드 심의를 통과할 경우 해당 분야에는 1호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임재준 연세대 의료기기산업학과 겸임교수(이듬법률사무소 대표)는 "지분 구조나 담보 등을 꼼꼼히 따져 대출 규모를 결정하겠지만 디지털 헬스·의료기기 기업의 국민성장펀드 참여 사례가 나오는 것은 그 자체로 고무적인 일"이라며 "미래 산업으로 디지털 헬스케어와 의료 AI 등이 재조명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