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개비 이상 흡연하는 남성은 지방간 지수 60 이상일 위험이 40% 넘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간 지수 60 이상부턴 지방간이 실제로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여성의 경우 흡연율은 남성보다 낮았지만 10~19년간 장기 흡연군에선 지방간 발생 위험이 남성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신현영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지용호 이대서울병원 첨단의생명연구원 교수 공동 연구진은 이 같은 연구 내용을 소화기·간장학 분야 국제학술지 '소화기·간장학 저널'(Journal of Gastroenterology and Hepatology)에 최근 게재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진은 2004~2007년 건강검진을 받은 20~39세 한국 성인 349만6144명(남성 61.97%·여성 38.03%,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을 대상으로 2022년까지 지방간 발생을 추적 관찰했다. 지방간 여부는 체질량지수·허리둘레·중성지방·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 값을 종합해 산출하는 지방간 지수를 통해 평가했다.
지방간 지수는 0~100의 점수로 구분한다. 점수별로 △지방간 가능성이 낮은 구간(30 미만) △판정이 애매한 중간 구간(30~59) △지방간이 실제로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는 구간(60 이상)으로 나뉜다.
연구 결과 남성은 하루 20개비 이상 흡연하는 경우 지방간 지수 60 이상 구간에 해당할 위험이 41% 높았고, 10~19년간 흡연은 지방간 위험이 15% 증가했다. 여성의 경우 94.4%가 비흡연자로 흡연율 자체는 남성보다 현저히 낮았지만, 흡연 기간 10~19년군에서 지방간 지수 60 이상의 위험은 55%로 남성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러한 연관성은 체질량지수 25 미만이거나 하루 알코올 섭취량 25g 미만인 집단에서 더 뚜렷했다. 반면 비만이거나 음주량이 많은 집단에선 연관성이 약화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연구진은 흡연이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키고 지질대사를 교란해 간 내 지방 축적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흡연으로 인한 전신 염증, 산화 스트레스, 조직 저산소증 등이 지방간 발생과 진행에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자기보고 방식의 흡연량 조사와 기저 시점 단일 측정에 기반해, 흡연 행태 변화나 과소 보고 가능성 등의 한계가 있다"고 부연했다.
해당 결과는 기존에 알려진 흡연-간질환 연관성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흡연은 대사성 간질환뿐 아니라 간암에서도 유의한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다. 국제암연구소는 술과 함께 흡연도 간암의 1군 발암 요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2023년 '담배 폐해 앎' 보고서에 따르면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간암 사망 위험이 약 1.5배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81개 역학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도 현재 흡연자의 간암 발생 위험은 비흡연자 대비 55%, 중증 흡연자는 90%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금연 기간이 20년 이상 경과한 시점에야 간암 위험이 비흡연자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현영 교수는 "흡연은 비만이나 음주 여부와 독립적으로 젊은 성인의 지방간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연구 결과를 토대로 추후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금연 정책 수립을 강화하는 데 있어 근거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