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A씨는 모친이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받았고 항암 치료를 견뎠다.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는 날들이었다.
항암 치료 중 암은 간으로 전이가 됐다. 약을 바꿔 항암을 다시 해야했다. 그러나 췌장암은 선택할 수 있는 약이 적었다. 두 개의 항암제 중 하나는 썼고, 하나가 남았다. A씨는 두려워졌다. 그마저 들지 않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러던 어느날, 미국에서 췌장암 신약이 개발됐다는 걸 알게 됐다. 신약이 국내에 도입되기까지는 통상 수년이 걸린다는 사실도 알게됐다. A씨는 매일 피가 말랐다. 그때까지 엄마의 시간이 기다려줄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통상 췌장암은 '진단이 곧 사형 선고'라 불릴만큼 무서운 암이다. 5년 생존율이 17%로 전체 암 환자 평균 생존율(73.7%)에 비해 많이 낮다. 복부 깊숙한 곳에 있어 증상이 거의 없으며, 발견될 때는 이미 3~4기인 경우가 많아서다.
항암제를 쓰는 것도 어렵다. 종류도 많지 않고 내성이 와서 오래 쓰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새로운 항암제가 없던 차에 등장한 신약이 '다락손라십(Daraxonrasib)'이다. 표적치료제로 생존 기간이 기존 치료시 6.7개월이던 것을 13.2개월로 약 2배 연장시켰다. 기적 같은 효과다. 이 같은 사실이 다락손라십의 임상 3상 결과로 알려졌다.
그러자 췌장암 환자, 환자 가족들은 기대와 절망이 동시에 커졌다. 살 수 있단 희망과 함께 도입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단 우려가 생긴 것.
이에 국회 국민청원 글이 지난 22일 올라오기도 했다. 췌장암 환자 가족이라는 청원자는 "집에 와 뼈만 남은 환자 손을 잡고 밤새 인터넷을 뒤졌다. 그러다 실낱 같은 희망으로 찾아낸 약이 다락손라십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효과와 절박함을 인정해 긴급 처방을 시작했는데, 한국 환자들은 약이 있단 소식을 듣고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식 수입되는 수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환자들은 약의 냄새도 못 맡고 세상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청원자는 신약을 빠르게 도입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다락손라십의 식약처 신속 심사를 청한다. 하루가 급한 환자들을 위해 행정 절차로 소요되는 시간을 1분 1초라도 줄여달라"고 했다.
이어 "췌장암 환자, 보호자들에게는 내일의 해가 뜰지 장담할 수 없는 하루하루가 계속된다"며 "조금만 버텨달란 보호자의 약속이 거짓말이 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거듭 간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