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시도·사망에 대응하는 범정부기구가 설치된다. 전문 상담원을 2배 늘리고 공휴일·야간 자살 시도자를 지원하는 등 초동 대응이 강화된다. 실직·채무와 같은 환경적 위기 요인 해결을 위해 정부 각 기관의 역량도 결집한다.
보건복지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경찰청·소방청 등 관계부처와 이런 내용의 '자살 긴급대응 강화방안'을 합동 보고했다.
정부는 '국민의 목숨을 살리는 정부'라는 국정 목표 아래 자살 감소 추이 유지를 위해 범부처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4월 월별 자살 사망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평균 12.8% 줄었다. 복지부는 이번 방안을 통해 사전 예방은 물론 자살 시도자와 유족 등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실제 발생한 신체·정신·환경적 위험요인까지 포괄적으로 관리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자살 위기를 포착하기 위해 자살예방상담전화 '109'의 상담원을 현재 103명에서 200명으로 늘린다. 인공지능(AI)과 '생명의 전화' 등 민간자원과의 연계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 자살·자해와 같은 '위험 키워드'를 검색한 이용자에게는 109 안내 배너 등 자살 예방 콘텐츠가 꾸준히 노출될 수 있게 SNS(소셜미디어) 플랫폼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자살 시도자는 일반인보다 자살 위험이 25배 이상 높다. 초동대응이 삶과 죽음을 가를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개입·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경찰·소방의 자살 시도 현장 출동 건수 5만1000건 중 자살 예방 상담 인력이 방문한 사례는 7%(3738건)에 불과해 고위험군 사례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복지부는 심리지원의 최전선에 있는 자살예방센터 인력을 확충하고, 출동 수당을 도입해 현장에서 자살 시도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심야·공휴일에도 자살시도자에 대한 긴급 대응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경찰과 정신건강 전문 요원으로 구성된 '합동 대응팀'도 확충한다. 자살시도자가 귀가 전 단기 상담·보호, 사례관리 연계 등을 받을 수 있게 일시보호 서비스도 신설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정신 응급 환자의 신속한 치료를 위해 정신 응급을 필수의료로 지정하고, 급성기 정신질환 집중 치료 병상을 2030년 2000병상까지 확대한다.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도 기존 13개소에서 17개소로 늘리고 정신 응급 병상 수가도 개선할 방침이다.
자살 시도자는 퇴원 후에도 '밀착관리'한다. 의료기관 내에서 자살시도자를 지원하는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를 내년까지 3곳 늘려 103개소로 확대한다. 센터장에게 긴급복지 추천 권한을 부여해 생계·경제적 어려움이 신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나아가 실업·채무, 가족·교우 문제까지 다양한 위기 요인 해결에 가담할 수 있게 자살예방센터와 서민금융진흥원·신용회복위원회·고용복지 등 취약계층 지원기관과의 연계도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상담·치료 미동의자나 중단자도 끈기 있게 설득하는 방문·개입 제도를 마련할 것"이라며 "현재는 관련 법상 미동의 시 모든 정보를 파기하고 있는데 국내·외 사례 분석, 사회적 논의 등을 진행한 뒤 추진할 계획"이라 덧붙였다.
일상에 복귀한 자살 시도자와 유족에게는 '심리상담 이용권(바우처)'을 우선 제공하고, 이달부터 전국에서 시행되는 '유족 원스톱 지원사업'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유족 보호와 자살 원인분석을 위해 사건 발생 시 즉시 개입해 사망원인을 분석하고 재발방지책도 마련한다.
앞으로는 지자체와 각 기관이 아닌 정부가 자살 대응을 총괄한다. 복지부, 경찰청, 소방청 등이 합동 근무하는 '국가자살대응실'에서 자살 시도·사망 사건에 대해 환자 이송과 입원 협의를 책임지고 현장 요원의 자살 위험성 평가를 지원하는 등 포괄적인 업무 지원에 나선다.
국가자살대응실은 각종 경제·사회지표를 기반으로 자살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모니터링하고, 선제적으로 유형별 대응 전략을 수립한다. 예를 들어 주요 기업이 파산한 지역은 자살예방센터, 지역상인회, 은행권 등의 자료를 기반으로 위기 군을 발굴해 집중 관리하는 식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자살시도자와 같은 고위험군을 한 명이라도 더 발굴하고 조기에 밀착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며 "사전·사후 관리시스템을 획기적으로 확충하고 생명 안전망을 두텁게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