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바이오 업계에서 피하주사(SC) 제형 기술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대표 주자인 알테오젠의 글로벌 입지가 더 공고해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파트너사들의 실적 발표에서 알테오젠의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 'ALT-B4' 적용 대상 약물들의 성장세가 확인된 데 따라 플랫폼 경쟁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어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알테오젠과 ALT-B4를 활용한 SC 제형 변환 플랫폼 기술에 대해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다이이찌산쿄, 사노피, 아스트라제네카(AZ) 등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들의 주요 제품은 올 2분기에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해 SC 제형이 임상 1상에 진입한 다이이찌산쿄의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는 올 2분기 매출은 2192억엔(약 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다이이찌산쿄는 알테오젠과 2024년 11월 최대 3억달러(약 3917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엔허투 SC'를 개발 중이다. ALT-B4가 ADC에 적용된 첫 사례인 만큼 향후 다른 ADC로의 적용 가능성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노피의 아토피 치료제 '듀피젠트'도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27.5% 증가한 9324유로(약 15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ALT-B4가 적용된 '듀피젠트 SC'는 지난 6월 임상 1상이 시작됐다. 지난해 파트너사가 된 아스트라제네카(AZ)는 ALT-B4를 적용해 SC 제형을 개발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면역항암제 '임핀지'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중항체 '릴베고스토믹'의 SC 제형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항체 의약품을 중심으로 SC 제형 전환이 확산되면서 관련 기술을 가진 회사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로만 좁혀도 셀트리온은 지투지바이오와 초고농축 항체 SC 기술 개발 협력을 시작했으며, 휴온스랩은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플랫폼 기술 '하이디퓨즈'를 적용한 ADC 조성물에 대한 특허를 등록했다. 인벤티지랩도 고농축 SC 제형 전환 기술 '바이오플루이딕'의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다만 업계에선 SC 제형 변경 플랫폼 기술을 도입하려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상업화 수준의 완성도를 요구하고 있어 이미 트랙 레코드를 쌓은 플랫폼 기술이 우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플랫폼 기술의 적용 대상이 블록버스터 약물인 경우가 많아 글로벌 제약사들은 보수적인 입장에서 이미 글로벌 상업화를 통해 검증된 플랫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SC 제형 기술이 적용되는 약물이 대부분 이미 시판된 블록버스터인 만큼 레퍼런스가 없는 새로운 플랫폼 기술을 적용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특허 만료의 영향을 받는 할로자임의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 영역에선 위탁개발생산(CDMO)과 유사하게 후발주자들의 단가 경쟁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등 최근 SC 제형 플랫폼 기술을 확보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사와 알테오젠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빅파마들은 기술의 활용 목적이 다른 만큼 양측이 공략하는 시장은 다르다. 알테오젠은 산도즈, 인타스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파트너사가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인 만큼 혁신 신약의 SC 제형 전환이 주요 사업 모델이다.
반면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은 대부분 특허 만료를 앞둔 할로자임의 SC 기술이 적용된 제품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할로자임의 기술이 적용된 존슨앤존슨(J&J)의 표적항암제 '다잘렉스 SC'(성분명 다라투무맙)는 기존 정맥주사(IV)에서 전환율이 약 90%에 달해 향후 다라투무맙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도 SC 제형으로 승부를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SC 제형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도 ALT-B4의 경쟁력이 검증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도즈와 인타스가 ALT-B4를 적용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어 향후 할로자임 기술 기반 제품과 직접 경쟁하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 과정에서 플랫폼 간 기술력과 생산성, 사업성이 자연스럽게 비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앞으로 주요 파트너사들은 혁신적인 오리지널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들이 될 것"이라면서도 "(산도즈, 인타스와의 협업은) 연구개발해서 양산까지 맞춰본 물질인 만큼 파트너사들이 장단점을 비교했을 때 사업을 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서 진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