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조정부터 사고이력 공개까지…'의료계 반발' 법안 쟁점은

홍효진 기자
2026.08.11 16:05

"의료사고심의위, 전문성 필요…NICU 특성도 반영해야"
"의사기소 원천봉쇄는 위헌" 비판도
의료사고 이력공개 추진에 "의사 낙인" 우려

지난해 9월1일 대구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행이 1년도 남지 않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의견 수렴이 미비했단 논쟁이 이어진다. 의료사고 이력 공개제의 공론화를 두고도 방어 진료 악화 등 우려가 나오면서 의료계와 환자단체 간 이견이 지속되고 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의 형사면책 특례가 담긴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내년 5월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 등 관련 후속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의사들은 법안 내 '12대 중과실' 유형 모호성을 보완할 장치가 필요하단 입장인 가운데, 법조계에선 의사의 형사면책 특례 자체에 위헌 소지가 있단 주장이 나온다.

개정안의 쟁점은 중과실의 세부 범위다. 앞서 의료계는 12개 유형으로 묶인 중과실에 대해 "법적 해석의 여지가 과도하게 넓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의료분쟁조정법 하위법령 협의체'에 참여 중인 박창용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이사는 기자와 통화에서 "중과실 유형에 전공의 관련 항목(전공의 등에 의료행위 지시 후 감독하지 않은 경우)도 포함됐는데 보통 전공의는 1년차는 감독 중심, 4년차는 독립 진료 중심으로 수련을 받는다"며 "법안 내 '의료행위'와 '감독'의 범위가 모호한 만큼 의료사고심의위원회의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협의체에서도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행령에 신생아중환자실(NICU)의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단 주장도 나온다. 환아 상태가 급변하고 예후 예측이 어려운 신생아 진료의 경우 합병증과 사망사고가 불가피할 수 있단 것이다. 최창원 대한신생아학회 부회장(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공정성을 위해 의료사고심의위에 최소 2명의 신생아 분과 전문의가 참여하도록 하고, NICU 진료의 무과실 의료보상제(의사 과실 유무를 따지지 않고 국가적 환자 피해 보상이 이뤄지는 개념) 적용 등을 정부 측에 요구 중"이라며 "이달 말까지 관련 의견 최종안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중 '중대한 과실이 있는 의료행위 정의'.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반면 법조계에선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있단 비판도 나온다. 박천우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위원(법무법인 LKB평산 변호사)은 "업무상과실치'사'에 대한 기소까지 원천 봉쇄하는 건 건국 이래 가장 강력한 의사특례법"이라며 "이 순간 의사는 분명 헌법 위에 존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민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변호사는 "사실상 대부분 진료과에서 형사 특례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적용 범위·대상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국회에서 논의된 '의료사고 이력 공개제'에 대해서도 이해관계자들 간 견해차가 크다.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소희 국민의힘 의원과 환자단체 측은 환자에게 의사의 의료사고 이력을 제공해 선택권을 보장하겠다고 제도 도입 취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의사들 사이에선 해당 제도가 기피과 방어 진료를 악화시킬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수도권 병원 외과 교수는 "의료사고 이력 공개는 특히 기피과 영역에선 의사 개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의료인과 진료 현장 특성에 대한 형평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병원의 소아청소년과 교수도 "결국 고위험·중증 환자를 볼수록 손해 보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단체 측은 의료행위 관련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금고 이상 실형·집행유예가 확정된 경우를 우선 공개 대상으로 검토하되, 중과실 구분 등 쟁점에 대해선 의료계와 지속해서 협의하겠단 입장이다. 다만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해당 제도를 논의하는 정책 공론장엔 참여 의사가 없다"고 못 박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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