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가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 후보와 마주할 전망이다. 제논파마슈티컬스가 개발 중인 '아제투칼너'가 임상 3상에서 높은 발작 감소 효과를 확인했기 때문. 임상 참가자의 약 40%가 세노바메이트를 복용 중이었던 만큼 세노바메이트 치료 환자군까지 공략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와의 직접 비교 연구가 아닌 만큼, 대체 가능성을 입증한 결과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작용기전 외 뚜렷한 차별화 요소도 제한적인 만큼, 임상적 강점과 누적 처방, 제형·적응증 확대를 앞세워 경쟁약 진입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제논파마는 올해 3분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성인 부분발작 치료제로 아제투칼너의 신약허가신청(NDA)을 제출할 예정이다. 허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이르면 내년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아제투칼너는 신경세포의 흥분성을 조절하는 'Kv7 칼륨 채널'을 활성화하는 1일 1회 경구용 신약 후보물질이다. 제논파마는 지난 3월 성인 부분발작 환자 3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 'X-TOLE2'의 긍정적인 톱라인 결과를 발표했다. 12주 동안 아제투칼너 25㎎과 15㎎ 또는 위약을 투여한 결과 월간 부분발작 빈도는 각각 53.2%, 34.5%, 10.4% 감소했다. 25㎎ 투여군의 위약 대비 보정 효과는 42.7%였다. 별도의 용량 적정기간 없이 처음부터 목표 용량을 투여했다는 점도 아제투칼너가 내세우는 강점이다.
임상 참가자들은 기존 항발작제로도 발작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은 난치성 환자였다. 이전까지 치료에 실패한 항발작제는 중앙값 기준 5개였고, 절반 이상은 임상 참여 당시 3개의 항발작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약 40%는 세노바메이트를 병용 중이었고 19%는 과거 투약을 중단한 경험이 있었다.
세노바메이트 복용 환자가 상당수 포함된 임상에서 전체 유효성이 확인되면서 아제투칼너가 해당 환자군에 추가되는 선택지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세노바메이트 복용 환자군의 유효성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가 없어 직접적인 대체 가능성을 뒷받침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아제투칼너는 세노바메이트 대비 효능적 이점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며 "실제 진료현장에서 처방 데이터가 부족해 3제 이상 다제내성 환자의 대체제로 먼저 사용된 뒤 병용 투여에서 안전성을 입증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바이오팜도 이번 결과에 대해 세노바메이트 치료 환자에서 추가 효과가 나타났거나 대체 가능성이 입증된 데이터로 해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다. 뇌전증 신약의 임상 3상은 기존 항발작제에 시험약을 추가하는 병용 방식으로 설계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난치성 부분발작 환자는 임상 등록 당시 이미 1∼3종의 항발작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임상 시점에 처방량이 많은 약물이 배경 치료제로 포함되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설명이다. X-TOLE2 역시 두 약물을 직접 비교하거나 세노바메이트 복용 환자군을 별도로 설정해 효과를 검증한 연구가 아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를 종합하면 작용기전이 다르다는 점 외에 엑스코프리 대비 뚜렷한 차별점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특히 환자에게 중요한 지표인 완전 발작소실률에서 엑스코프리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엑스코프리는 미국에서 성인 부분발작의 단독·병용요법으로 모두 허가받았다. 실제 처방에서는 기존 항발작제에 추가하는 병용요법 중심이다. 이에 아제투칼너 역시 엑스코프리를 밀어내는 대체재보다 기존 치료에 추가되는 선택지로 먼저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가 더욱 이른 치료 단계에서 처방될 수 있도록 치료 순서(Line of Therapy)를 앞당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임상시험과 장기 연장연구(OLE)를 통해 장기간 치료를 유지한 환자 데이터도 확보했지만, 직접 비교 연구가 없는 만큼 아제투칼너와 개별 유지율 수치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아직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아제투칼너가 강조하는 무적정 투여에 대해서도 적정기간만으로 약물 경쟁력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세노바메이트의 용량 적정은 부작용 위험을 낮추고 장기적인 치료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표준적인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용량 적정기간은 의료진이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신규 처방 확대의 결정적인 제약 요인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투여 속도뿐 아니라 발작 억제 효과와 장기 치료 지속성, 기존 병용약물과의 조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약제를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은 아제투칼너의 시장 진입을 고려한 대응도 준비 중이다. 신약이 허가 후 실제 처방 현장에 자리 잡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그동안 엑스코프리의 처방 경험과 시장 기반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또, 경구 현탁액 등 제형 다변화와 적응증·연령 확대도 추진한다. 소아 부분발작과 일차성 전신강직간대발작(PGTC) 등으로 처방 대상을 넓혀 성장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아제투칼너와의 구체적인 비교·분석 결과도 연내 시장에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