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R&D 투자 결실…ADC·비만까지 '글로벌 신약 기업' 탈바꿈

박정렬 기자
2026.08.19 08:24

임상 중인 ADC 3종 美 FDA '패스트트랙' 지정
4중 작용 비만 신약 후보물질 11월 전임상 발표
신약 후보 25종…임상 가치 입증 '신뢰 확보' 속도

셀트리온이 연구 중인 바이오 신약들/그래픽=김지영

셀트리온이 탄탄한 연구개발(R&D) 경험과 추진력을 앞세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을 넘어 '글로벌 신약 기업' 입성 시점을 앞당기고 있다. 최근 ADC(항체-약물 접합체) 신약후보 물질 3종은 모두 미국 식품의약국(FDA) 패스트트랙(Fast Track)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개발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올 상반기 연결기준 R&D 비용이 2843억원으로, ADC 패스트트랙 지정 성과와 탄탄한 개발 역량을 토대로 조기에 성과를 도출하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신약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18일 밝혔다.

ADC 신약 3종, 美 FDA '패스트트랙' 지정

이달 초 셀트리온은 FDA로부터 자궁경부암·두경부암 등의 신약후보 물질 'CT-P73'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비소세포폐암·대장암 등을 적응증으로 하는 'CT-P70'(2025년 12월), 요로상피암·유방암·전립선암 등의 신약후보 물질 'CT-P71'(2026년 4월)에 이은 세 번째 성과다. 이들은 모두 셀트리온의 ADC 신약후보 물질이면서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 FDA의 패스트트랙은 단순한 상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약 허가의 주체인 FDA가 개발, 심사 등에 '실체 있는 지원'에 나선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여겨진다. 개발사는 패스트트랙을 통해 FDA와 긴밀하게 협의하며 임상 설계와 허가 전략 수립 과정에서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준비된 자료부터 순차적으로 심사받는 '롤링 리뷰(Rolling Review)' 자격을 부여받고, 향후 우선심사(Priority Review)나 가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 대상으로서 검토 기회가 확대된다.

/사진=셀트리온

신약 후보물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받으려면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소할 것으로 판단되거나, 기존 치료 대비 개선 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ADC 신약 파이프라인 모두를 패스트트랙 궤도에 올린 것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각 후보물질의 개발 가치와 임상적 가능성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바라봤다.

지난해 R&D 투자 4824억원…성과 가시화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개발을 위한 R&D에 지난해 4824억원(연결 기준)의 자금을 투입했다.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사와 비교해도 2배를 넘어설 만큼 압도적인 규모다. 실적 개선을 이어가고 있는 올 상반기에도 매출액 대비 R&D 비율을 작년에 이어 11%대로 유지하며 개발 의지를 '숫자'로 증명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현재 자체 R&D와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해 확보한 신약 파이프라인은 총 25종"이라며 "올해 말까지 5종, 내년에는 8종의 후보물질이 임상 단계에 진입할 예정이며, 2028년에는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 규모가 올해 대비 3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 말했다.

셀트리온 분기 실적 추이/그래픽=윤선정

올 하반기부터는 구체적인 개발 성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가장 먼저 차세대 4중 작용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CT-G32'의 비임상 시험 결과가 오는 11월 관련 학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GT-G32는 앞서 또 다른 비임상 시험에서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 중인 3중 작용제 대비 우수한 체중 감량 효과와 근육 등 제지방(LBM) 보존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셀트리온은 '차별화된 비만 신약'을 모토로, 내년 2월까지 임상 1상 계획(IND) 제출을 완료하고 2분기 내 첫 환자 투약을 시작하겠다는 '로드맵'을 그린다.

ADC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적 가치도 점차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임상에 돌입한 3종 중 2종은 연내 임상 1상 파트1 을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탑라인(주요 지표) 결과를 순차 발표할 것으로 점쳐진다.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CT-P70'은 내년 3월 용량 최적화를 위한 파트2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ADC와 함께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다중항체 파이프라인 'CT-P72'도 올해 말까지 패스트트랙 지정을 신청해 개발 속도를 끌어올릴 예정이다.

신약 임상 가능성 검증…증권가도 '관심'

신약 파이프라인의 성과가 가시화하면서 증권가의 관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리포트에서 내년 초 신약 탑라인 공개 계획을 언급하며 "바이오시밀러 이익 체력이 신약 개발을 뒷받침하는 선순환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DS투자증권 김민정 연구원은 태아 FC 수용체(FcRn) 억제제인 'CT-P77'에 주목하며 "셀트리온의 밸류에이션 프레임워크를 기존 바이오시밀러 중심에서 장기 특허 기반 바이오로직스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셀트리온 글로벌생명공학연구센터./사진=셀트리온

셀트리온은 잇따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조기 시장 진출 기회를 확보한 만큼, 향후 신약 개발·허가 전략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자체 개발을 거쳐 직접 상업화할 후보물질과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을 통해 기술료·마일스톤 등 조기 수익화를 추진할 후보물질을 선별하는 등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 전략을 검토할 계획이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통해 축적한 항체 기술과 글로벌 임상, 생산, 허가, 판매 역량은 신약 개발에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다. 8월 기준 임상(허가) 단계에 진입한 바이오시밀러는 CT-P44·45·51·52·53·55·68, 6SC 등 8종으로, 셀트리온은 2038년까지 제품 포트폴리오를 현재 11종에서 41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CT-P73의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주요 ADC 신약후보 물질 모두가 FDA로부터 개발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며 "다양한 유망 치료제 분야에서 신약 개발로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고, 글로벌 신약 개발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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