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암백신' 포문 연 모더나… 새 기회 열리는 K바이오

박정렬 기자, 조한송 기자
2026.08.21 03:00

mRNA 백신 임상 3상 성공
흑색종 대상 병용요법 성과
다른 암에 적용 범용성 높아
개발~생산 '밸류체인' 갖춘
DXVX·신라젠 등 관심 ↑

K바이오 '항암백신' 벨류체인/그래픽=윤선정

맞춤형 항암백신의 '성공신호'에 'K바이오'가 들썩인다. 직접 개발에서 병용 항암제, 생산까지 전체 밸류체인을 갖춘 만큼 국내 제약·바이오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고조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모더나와 머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공동개발한 mRNA(메신저리보핵산) 기반 항암백신 '인티스메란 오토진'이 흑색종(피부암)을 대상으로 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병용요법 임상3상에서 긍정적 결과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흑색종 수술환자를 둘로 나눠 한쪽은 '인티스메란'과 '키트루다'를 병용투여하고 다른 쪽은 위약(가짜약)과 키트루다를 투여한 뒤 치료효과 등을 비교한 것이다. 그 결과 병용요법은 단독요법 대비 RFS(무재발생존기간)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연장하고(1차 지표) DMFS(원격전이 없는 생존기간)도 뚜렷하게 개선(2차 지표)하는 등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이날 발표 직후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모더나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177% 폭등했다. 머크 주가 역시 13% 가까이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개인 맞춤형 mRNA 암치료법에 대한 최초의 성공적인 후기임상 시험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줄리 그랠로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최고의료책임자는 mRNA 기술을 암치료법으로 입증할 "기념비적인 도약"이라고 말했다.

항암백신은 작용기전상 '백신'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상 치료제와 같다. 감염병의 원인물질(항원)을 약화한 후 체내에 삽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백신처럼 암세포와 혈액에서 고유의 암 돌연변이를 찾아 이를 항원처럼 개발해 몸속 면역세포가 종양을 더 잘 공격하게 돕는 방식이다.

항암백신은 환자별로 돌연변이를 분석한 후 '맞춤 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mRNA는 코로나19 백신에서 확인됐듯 제작속도가 빨라 진행 암까지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술 후 남은 암을 제거하고 재발을 막거나 면역항암제에 효과를 높이는 등 보조적인 치료로 항암백신의 범용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항암백신의 대규모 후기임상에 사상 처음으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며 국내 관련 기업도 관심을 받는다.

디엑스앤브이엑스(DXVX)는 지난해 미국에 소재한 바이오테크 기업과 'mRNA 항암백신'에 대해 3000억원 규모의 공동개발·기술이전 계약을 했다.

신라젠은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SJ-600 시리즈'의 항암백신 개발 가능성을 타진했다. HLB의 미국 자회사 이뮤노믹테라퓨틱스는 지난달 saRNA(자가증폭RNA) 기반 항암백신 'ITI-5000'의 임상1상에 환자투약을 개시하며 본격적인 임상개발에 착수했다.

K바이오의 항암백신 밸류체인은 폭넓게 확장해나간다. 메드팩토의 '백토서팁'은 TGF-β(형질전환성장인자 베타)를 억제해 암 주변 환경을 개선, 항암백신의 효과를 높인다. 신테카바이오는 암 돌연변이(신생항원)를 예측하는 AI(인공지능) 플랫폼 '네오-ARS'로 맞춤 치료후보를 설계할 핵심 기술을 확보해나간다. 원료개발과 생산에는 모더나와 코로나19 mRNA 백신 생산경험이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mRNA 약물전달기술(STLNP, SmartCapping) 등을 갖춘 에스티팜이 주목받는다.

이번에 공개된 내용은 중간분석 결과로 아직 항암백신이 허가받은 것은 아니다. 재발·전이위험을 몇 퍼센트(%) 낮췄는지 등 세부 데이터는 앞으로 관련 학회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더나의 임상3상 성공은 그동안 개념검증 단계에 머물던 항암백신 테마가 실질적인 치료제 개발단계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며 "개발에서 CDMO(위탁개발생산)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내 '생태계 기업'의 가치 재평가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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