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검사만으로 대장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변정식·홍승욱 교수 연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혈액 검사만으로 대장암을 진단할 수 있는 '세포유리DNA(데옥시리보핵산) 혈액진단법'으로 대장암 환자와 정상 대조군 1677명을 분석한 결과, 진단 민감도가 90.4%에 달했다고 27일 밝혔다. 세포유리DNA 혈액진단법은 혈액 내 암세포로부터 유래된 세포유리DNA의 특성을 분석해 암 존재 가능성을 선별하는 검사다.
연구진은 임상유전체 분석 기업 GC지놈과 함께 대장암 환자 302명, 진행성 대장용종 환자 108명, 정상 대조군 1267명(총 1677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채혈을 통해 수검자 혈액 속 세포유리DNA를 추출한 뒤 유전정보를 NGS(차세대염기서열분석)로 분석했다.
이후 DNA 절편 길이와 말단 구조, 유전체 분포 등 정보를 AI 딥러닝 모델로 분석했다. 암세포 유래 세포유리DNA는 정상세포와 길이, 절단 위치, 말단 구조 등에 차이가 있어 이를 분석하면 혈액만으로도 암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단 설명이다.
그 결과 대장암 진단 민감도는 90.4%로 나타났다. 대장암 환자 10명 중 9명을 정확하게 찾아낸 것으로, 연구진은 "70~80%의 진단 민감도를 보이는 기존 분변잠혈검사보다 높은 확률로 환자를 정확히 선별했단 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세포유리DNA 혈액진단법의 정상 대조군 특이도는 94.7%로, 정상인 100명 중 95명을 정확하게 정상으로 판별해냈다. 대장암 병기별 분석에서도 1기 84.2%, 2기 85.0%, 3기 94.4%, 4기 100%의 민감도를 보여 초기 대장암에서도 높은 진단 성능을 유지했다.
내시경 치료가 가능한 초기 대장암 역시 90%의 민감도로 검출했다. 암으로 진행하기 전 단계인 진행성 대장용종은 58.3%의 민감도로 검출해 대장암 예방을 위한 조기 선별 가능성을 확인했다. 기존 분변잠혈검사의 진행성 대장용종 민감도는 25~40% 수준이다.
대장암은 우리나라 암 발생률 3위다.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95% 이상이지만 번거로운 대장암 검진 과정 때문에 암을 늦게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 암 검진 체계에서 대장암 검진은 채변을 통한 분변잠혈검사가 기본이다.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타나면 2차 검진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고한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대장암 검진 수검률은 44.4%로 주요 암종 중 최하위 수준이다. 분변잠혈검사는 대변을 직접 채취해야 하고, 대장내시경검사는 검사 전 장을 깨끗하게 비우는 과정이 필요한 만큼 검사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분변잠혈검사 양성자가 대장내시경을 시행하는 비율도 낮은 편이다.
변정식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소장(소화기내과 교수)은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 검진 과정에서 느꼈던 부담감을 줄이고 혈액검사만으로 편리하게 대장암을 선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젊은 20~40대 대장암 발생이 늘고 있는 만큼 혈액진단의 편의성과 AI 기술이 합쳐지면 보다 편리하게 대장암 검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소화기학회지'(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