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효리의 남편인 가수 이상순이 미주신경 기능 저하로 활동 일시 중단 소식을 전한 가운데, 관련 질환인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뇌 신경 중 하나인 미주신경은 뇌·장·심장·폐를 연결하는 신경계 통로다. 심박수 조절과 골격근 운동 조절, 장의 연동운동 등에 관여하는 주요 신경이다. 부교감 신경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신경인 만큼 기능이 떨어지면 몸의 회복 탄력성도 떨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신승용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 교수와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의 주된 원인과 증상에 대해 알아봤다.
우리 몸 자율신경계가 특정 상황에 과도한 반응을 보이면 혈압이 떨어지거나 심박수가 느려지면서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해 의식을 잃는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이 나타난다.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은 실신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로 가수 현아, 그룹 트와이스 멤버 채영, 배우 김정난 등도 미주신경성 실신 진단 사실을 밝힌 바 있다.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은 갑자기 속이 메스껍고 식은땀이 나면서 눈앞이 흐려지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귀가 먹먹해지거나 온몸의 힘이 빠지고 그대로 의식을 잃는다. 실신 자체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히거나 골절이 발생하는 등 2차적 손상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주요 특징은 의식을 잃기 전 나타나는 '전구증상'이다. 대표적으로는 △어지럼증 △메스꺼움 △식은땀 △창백함 △열감이나 갑자기 더워지는 느낌 △시야가 흐려지거나 좁아지는 느낌 △두근거림 △전신 무력감 등 다양하다.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은 특정 상황에서 더 잘 나타나는 양상을 보인다. 스트레스·피로·탈수가 겹치면 실신 증상은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오랫동안 서 있거나 더운 환경에 노출됐을 때, 심한 통증이나 공포를 느낄 때, 채혈이나 주사를 맞을 때 등이 대표적이다.
신 교수는 "전구증상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나타나진 않는다"며 "어지럼증이 두드러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소화가 안 되는 듯한 불쾌감과 메스꺼움부터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막연히 몸이 좋지 않거나 갑자기 힘이 빠지는 정도로만 느끼는 비전형적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이 발생했다면 자신의 전구증상을 알아차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서 있는 상태로 버티거나 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실신하면서 바닥이나 주변 구조물에 부딪혀 머리나 얼굴을 다치면 더 큰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익숙한 전구증상이 시작됐다면 안전한 곳에 앉거나 가능하면 바로 눕는 것이 좋다. 누울 수 있다면 다리를 올리는 것도 뇌로 돌아가는 혈류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완전히 눕기 어렵거나 아직 의식이 명료하다면 다리를 꼬고 양쪽 다리에 힘을 주거나, 양손을 맞잡아 서로 당기는 등 신체 역압 동작을 취하는 것도 혈압 유지에 도움이 된다.
평소엔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지나친 스트레스와 탈수를 피하는 게 중요하다. 장시간 서 있어야 하는 상황이나 더운 환경 등 자신에게 실신을 잘 일으키는 조건을 알고 있다면 미리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모든 실신의 원인을 미주신경 탓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신 교수는 "부정맥이나 구조적 심장 질환 때문에 발생하는 심장성 실신도 있고 경우에 따라 훨씬 중요한 원인이 숨어 있을 수 있다"며 "운동 중 발생한 실신, 가슴 통증이나 심한 두근거림과 함께 발생한 실신, 특별한 전구증상 없이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 등은 전문적인 의료진의 정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은 탈수·스트레스 등과 자율신경 반사에 의해 혈압과 심박수가 일시적으로 낮아지거나 느려져 발생하는 '생리적 현상'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비슷한 조건을 만나면 같은 반응을 보이는 만큼 비슷한 상황을 피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다.
신 교수는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은 비교적 흔하고 대부분 예후가 좋은 편"이라며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일찍 알아차리고 즉시 앉거나 눕는 것만으로도 실제 실신을 피하거나 실신에 따른 2차적인 손상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