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약배송 저지, 총 투쟁"…환자단체 "약배송 막으면 안 돼"

박미주 기자
2026.09.09 16:02

약사회, 청와대 앞에서 의약품 배송 확대 저지 기자회견
환자·소비자연대, 성명서 내고 약 배송 확대 요구…약사회엔 직역 이해관계 보호 의구심 제기

대한약사회가 9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비대면진료 의약품 배송 확대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사진= 대한약사회

대한약사회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약 배송 확대를 결사 저지하겠다며 총력 투쟁을 선포했다. 반면 환자·소비자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 확대를 위해 약 배송 확대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약사회, 비대위 출범…'총력 투쟁' 선포, "국민건강 위협"

대한약사회는 9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비대면진료 의약품 배송 확대 저지를 위한 투쟁에 돌입했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기자회견에서 "국민 건강권과 안전을 팽개치고 오직 영리 플랫폼의 이윤만을 위해 '의약품 배송 전면 확대'를 밀어붙이는 정부의 독단적 폭주를 규탄한다"며 "이를 결사 저지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총력 투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사회적 합의하에 국회에서 의결된 의료법 개정안이 시행되기도 전에 정부는 비대면진료 처방약 배송을 모든 환자로 확대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해 국민건강권과 환자안전, 국회 입법권 등이 중대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비대위는 정부와 플랫폼 업계의 일방적 제도 추진을 저지하고, 국민·환자 안전과 보건의료 공공성의 원칙 아래 정책의 문제점을 적극 알리는 한편 국회·시민사회 등과 공조도 강화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처방전 위·변조를 막을 공적 '전자처방전달시스템'도, 안전한 비대면 진료를 관리할 '비대면진료지원시스템'도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며 "취약지역을 위한 최소한의 공적 인프라조차 없는 상태에서 약 배송을 전면 확대하겠다는 것은 국민 건강을 대책없는 위험 속으로 내던지겠다는 무책임의 극치"라고 반발했다. '닥터나우' 같은 플랫폼 먹여살리기에 정부가 나선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약 배송 전면 확대가 의약품 오남용을 야기해 건강보험 재정 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권 회장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9만 약사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정부의 일방통행식 폭주를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며 "국민 생명을 지키는 이 정의로운 투쟁에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약사 회원 모두의 결연한 동참을 호소한다"고 발언했다.

환자·소비자연대 "환자 의료접근권 보장 위해 약 배송 필요…안전한 약 배송 체계 논의해야"

같은 날 환자·시민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환자와 국민들은 약 배송 확대를 원한다고 대응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시민모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모인 의약주권 환자·소비자연대는 "의약품 배송 문제를 단순한 산업 활성화나 플랫폼 사업자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환자와 소비자의 의료접근권과 의약품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대면진료는 의약품 수령까지 포함해야 완성된다"며 "환자와 소비자는 지속적으로 의약품 배송을 요구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항암치료로 면역이 저하돼 외출 자체가 위험한 암 환자 △거동이 불편하지만 장기요양 등급을 받지 못한 고령자 △수술 후 회복기에 있거나 골절로 일시적으로 이동이 어려운 환자 △아픈 아이를 데리고 약국까지 가야 하는 영유아 보호자 △약국 영업시간에 맞춰 이동하기 어려운 직장인과 교대근무자 △가족을 돌보느라 자리를 비울 수 없는 돌봄 가족에게 비대면진료와 의약품 배송은 의료접근성을 좌우하는 문제"라며 "이들은 모두 현행법의 재택수령 허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약사회의 직역 이기주의도 지적했다. 연대는 "대한약사회는 개정 의료법이 의약품의 약국 외 인도 대상을 제한한 것을 '어렵게 도출한 사회적 합의'라 부르며, 법 시행 전 배송 확대 논의를 합의 파기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합의의 범위를 넘어서는 주장"이라며 "배송 대상 확대 논의는 합의를 뒤집는 것이 아니라 예정돼 있던 후속 논의를 이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약사회가 의약품 배송을 반대하는 이유가 정말 환자의 안전 때문인지, 기존 약국 중심의 의약품 전달체계를 유지하고 약사 직역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국민 앞에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약물 오남용 문제에 대해서는 "처방과 조제를 관리하면 되고, 배송 중 안전이 문제라면 배송기준과 책임체계를 만들면 된다"며 "위험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위험을 관리할 제도를 만들어야 할 이유이지, 서비스 자체를 금지해야 할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플랫폼이 문제라면 환자와 소비자의 권리가 아니라 플랫폼을 규제해야 한다"며 "배송업체는 환자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의약품 배송업체 등록제와 위반 시 처벌규정의 법적 근거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정 직역이나 특정 사업자가 배송체계를 독점하지 못하도록 할 것 등도 요구했다.

연대는 "국민의 안전을 직역의 기득권을 지키는 방패로 사용해서도 안 된다"며 "정부와 국회는 어렵게 제도화되는 비대면진료가 국민이 실제로 이용하기 어려운 '반쪽짜리 비대면진료'가 되지 않도록 의약품 배송을 함께 제도화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12월24일 비대면진료를 본격적으로 제도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약 배송 확대 논의를 추진한다. 현재 비대면진료 이후 섬·벽지, 장기요양수급자, 장애인, 감염병환자, 희귀질환자에만 약 배송이 허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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