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기존 항체-약물접합체(ADC)보다 분자 크기가 작은 저분자 약물 접합체(SMDC)를 활용한 차세대 항암 신약 개발에 나선다. 암세포 자체뿐 아니라 암을 둘러싼 종양미세환경을 표적해 기존 ADC의 종양 침투 한계를 보완하는 전략으로, 췌장암 등 고형암 동물모델에서 항암 효과를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한미약품은 최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디스커버리 온 타깃'(Discovery on Target)에서 종양미세환경 내 섬유아세포 활성화 단백질(FAP)을 표적하는 SMDC의 전임상 연구 결과를 구두 발표했다고 6일 밝혔다. 한미약품이 차세대 항암 모달리티(약물전달 방식)로 개발 중인 SMDC 연구 결과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DC는 암세포 표면에 발현하는 종양연관항원(TAA)을 인식하는 항체에 세포독성 약물을 연결해 암세포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다만 항체를 기반으로 해 분자 크기가 약 150kDa 이상으로 크기 때문에 종양 조직 내부로 침투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암연관섬유아세포(CAF)와 세포외기질(ECM)이 밀집한 종양미세환경에서는 약물의 확산과 암세포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
한미약품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ADC보다 분자 크기가 작은 SMDC에 주목했다. SMDC는 특정 표적에 결합하는 저분자 화합물에 세포독성 약물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상대적으로 작은 분자 크기를 활용해 종양 조직과 종양미세환경으로의 침투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한미약품은 이 같은 특성을 극대화할 표적으로 FAP을 선정했다.
FAP은 종양미세환경을 구성하는 CAF에서 많이 발현되는 반면 대부분의 정상 성인 조직에서는 발현이 제한적인 단백질이다. 폐암과 연부조직육종을 비롯해 기존 ADC에 대한 감수성이 낮은 췌장암과 대장암 등 소화기 고형암에서도 높은 발현이 관찰된다.
한미약품은 차세대 신약 발굴 플랫폼 'DNA-Encoded Library'(DEL) 스크리닝 기술을 활용해 FAP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새로운 구조 계열의 저분자 화합물을 발굴했다. 여기에 세포독성 약물을 접합해 SMDC를 개발했다. 혈액에서는 안정적으로 유지되다가 종양미세환경에서 특이적으로 활성화되는 링커를 적용해 약물이 종양 부위에서 작용하도록 설계했다.
이번에 공개한 전임상에서는 FAP 발현 세포주를 이식한 마우스 모델에서 항암 효과가 확인됐다. 특히 췌장암 동소이식 마우스 모델에서는 종양 성장을 억제하고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효과가 관찰됐다.
한미약품은 SMDC가 개별 암세포의 특정 항원에 의존하는 기존 ADC와 달리 다양한 암종에서 공통적으로 형성되는 종양미세환경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암세포 자체를 직접 겨냥하는 데서 나아가 암세포 주변 환경까지 치료 범위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SMDC 모달리티는 개별 암세포에 존재하는 특정 항원의 발현 여부에 의존하는 기존 ADC와 달리 다양한 암종에서 공통적으로 형성되는 종양미세환경의 CAF에서 발현하는 FAP을 표적해 약물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며 "종양을 둘러싼 미세환경까지 치료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혁신적인 항암 모달리티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