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압수수색·수용 의무화… 의료계 "진료 위축"

정심교 기자
2026.10.07 03:11

과잉 수사·法 개정 논란
"환자 치료결과 나쁘면
수사대상 될까 불안해"
소아응급 의사 감소세
"곧 代 끓길수도" 우려

경찰이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응급의료기관의 응급환자 수용을 의무화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의료계는 소아응급진료의 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6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대교수협)는 성명을 내고 "응급실은 심폐소생술, 기도확보, 경련과 쇼크치료처럼 수 초 또는 수 분의 지연이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진료가 이뤄지는 곳"이라며 "경찰이 소아응급실을 강제수사한 것은 앞으로 의료인을 불필요하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를 압수수색했다. 지난 7월 병원에서 청색증으로 치료받던 생후 4개월 영아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의료과실 여부를 수사하기 위해서였다. 압수수색 당시 의료진은 응급처치 중이었는데 경찰은 의료진에게 "진료용 컴퓨터를 확인하겠으니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의사들은 이를 '과잉수사'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다른 환아들의 진료권을 훼손하고 의사들의 진료를 위축시키는 수사방식"이라며 규탄성명을 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119구급상황관리센터와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 응급환자의 수용병원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응급실 뺑뺑이(응급실 미수용)를 막기 위한 취지로 발의됐다. 하지만 정작 응급의료기관에서의 수술·시술가능 여부와 전문인력, 배후진료 역량 등 실제 환자 수용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중증 응급환자 수용의무만 강화했다는 이유로 의사들에겐 '응급실 환자 강제수용법'으로 불린다.

이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소식에 소아응급실을 지켜온 의사들 간에 '소아응급환자를 강제로 받다가 치료결과가 나쁘면 경찰의 압수수색 대상이 되지 않겠는가'라는 불안감이 확산했다는 전언이다. 류정민 대한소아응급의학회장은 "최근 소아응급분야의 의사 수가 빠르게 줄어든 상황에서 응급환자 수용정책에 대한 의사들의 압박감에 소아응급 의료환경은 더 악화했다"며 "소아응급·중환자 진료인력의 급격한 이탈과 후학들의 지원부족으로 이어져 곧 대(代)가 끊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전국 소아응급 진료실의 불은 꺼져간다. 이날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응급의료기관의 소아응급환자 진료현황'에 따르면 전국 431개 응급의료기관 중 시간·나이·증상 등의 제한 없이 24시간 소아응급진료가 가능한 기관은 58개소(13.5%)에 불과했다.

응급실 전담의사 중 소아응급진료 가능 의사/그래픽=윤선정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꿈꾸는 전공의는 바닥을 보인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및 수련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국 수련병원에 재직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실인원은 113명에 그쳤다. 2021년 임용대상자 593명과 비교하면 불과 5년 만에 81%(480명)가 증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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