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한미약품, 파브리병 신약 후보 6400억 규모 美 기술수출

정기종 기자
2026.10.30 08:37

공동개발 'LA-GLA', 바이오마린에 글로벌 권리 이전…선급금 약 935억원 확보
바이오마린, 해외 개발·상업화 주도…국내 허가·판매는 GC녹십자·한미약품

GC녹십자와 한미약품이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파브리병 치료제 후보물질을 미국 희귀질환 전문기업 바이오마린에 기술수출했다. 총 계약 규모는 약 6400억원으로, 양사는 선급금 약 935억원을 확보하고 향후 개발·상업화 성과에 따른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GC녹십자와 한미약품은 바이오마린 파마슈티컬과 파브리병 치료제 후보물질 'LA-GLA'(HM15421/GC1134A)에 대한 글로벌 독점 라이선스(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30일 밝혔다.

계약 규모는 총 4억7500만달러(약 6347억원)다. 양사는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 7000만달러(약 935억원)를 받고, 개발 및 상업화 단계별 성과에 따라 최대 4억500만달러(약 5412억원)를 추가로 수령할 수 있다. 제품 출시 이후에는 판매 실적에 연동한 별도의 단계별 로열티도 지급받는다.

이번 계약에 따라 바이오마린은 LA-GLA의 글로벌 개발과 상업화를 주도한다. 다만 한국에서는 GC녹십자와 한미약품이 허가 및 상업화를 담당한다. 국내 기업이 공동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을 글로벌 희귀질환 전문기업의 개발·판매망과 연계하면서 국내 사업 권한은 유지하는 구조다.

LA-GLA는 유전성 희귀질환인 파브리병을 치료하기 위한 차세대 효소대체요법(ERT) 후보물질이다. 파브리병은 체내 지방 성분을 분해하는 효소인 '알파-갈락토시다아제 A(α-Gal A)'의 결핍으로 특정 지방 성분이 세포에 축적되는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주로 X염색체에 있는 GLA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며, 분해되지 못한 당지질인 GL-3(Gb3) 등이 혈관과 신장, 심장, 신경계에 쌓이면서 장기 손상을 일으킨다.

기존 파브리병 효소대체요법은 통상 2주마다 정맥주사로 투여해야 한다. 반면 LA-GLA는 약물의 체내 반감기를 연장하고 안정성을 높여 피하주사로 투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향후 임상에서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되면 반복적인 정맥주사에 따른 환자의 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임상 연구에서는 신장 기능과 혈관, 말초신경계 관련 주요 지표에서 효능을 확인했다. 현재 글로벌 임상 1/2상이 진행 중이며, 202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향후 임상 개발은 바이오마린이 주도할 예정이다.

LA-GLA는 한미약품의 독자적인 약물 지속형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된 후보물질에 GC녹십자의 효소대체요법 개발·생산 역량을 결합한 파이프라인이다. GC녹십자는 기존 리소좀축적질환 치료제 '헌터라제'의 개발과 상용화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이러한 기술적 강점을 바탕으로 LA-GLA의 글로벌 공동 임상을 추진해 왔다.

기술수출 상대인 바이오마린은 희귀 유전질환 치료제 개발과 상업화에 특화된 기업이다. 최근 파브리병 치료제 사업을 보유한 아미쿠스 테라퓨틱스를 인수하며 관련 분야의 사업 기반을 강화했다. 이번 계약으로 기존 파브리병 치료제 사업에 차세대 피하주사형 효소대체요법 후보물질을 추가하게 됐다.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은 "LA-GLA는 국내 굴지의 제약사 간 공동연구를 통해 글로벌 신약 개발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오픈이노베이션 관점의 의미 있는 성과"라며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LA-GLA의 글로벌 개발을 더욱 가속화하는 동시에 국내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는 "이번 기술수출은 양사의 긴밀한 R&D 협력이 아우러져 거둔 의미 있는 성과"라며 "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글로벌 파트너링과 사업화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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