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밸리언트 파마슈티컬스 인터내셔널(Valeant Pharmaceuticals International)의 회계 부정 의혹 여파로 일제히 하락했다.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에너지업종 부진도 악재로 작용했다.
2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전날보다 11.83포인트(0.58%) 하락한 2018.94를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짓는 48.50포인트(0.28%) 내린 1만7168.61로 마감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40.85포인트(0.84%) 하락한 4840.12로 거래를 마쳤다.
웨드부시증권의 이안 위너 이사는 “밸리언트 주가 폭락이 바이오테크 전반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헬스케어 지수는 1.46% 하락했고 바이오테크 지수도 0.4% 떨어졌다.
◇ 밸리언트 ‘제약업계판 엔론’ 우려에 관련주 급락
이날 최대 화두는 캐나다 최대 제약기업인 밸리언트의 회계부정 의혹이었다. 월가의 공매도 세력으로 널리 알려진 시트론 리서치(Citron Research)는 밸리언트가 자회사인 필리도 약국체인을 이용해 매출을 부풀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밸리언트는 필리도와의 관계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해말 필리도를 매수할 수 있는 옵션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밸리언트가 필리도에 약품을 납품한 상황에서는 매출이 발생한 것이 아닌데도 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회계 처리했다는 것이 시트론의 주장이다.
밸리언트는 미국 시장에서 약값을 지나치게 높게 받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다 회계부정 의혹까지 제기되며 사면초과에 몰렸다. 이 때문에 주가는 한 때 40% 가까이 폭락하며 시가총액의 1/5이 사라졌다.
이에 대해 밸리언트는 시트론의 주장이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필리도에 납품한 약품이 환자에게 투여되기 전까지는 매출로 회계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밸리언트는 “필로도 약국 체인에 약품을 납품하게 되면 오히려 전통적인 판매 채널에 납품할 때보다 오히려 더 늦게 매출이 잡힌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회사의 해명 이후 주가는 하락폭을 상당 부분 만회하며 19.17% 하락한 채 마감했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빌 애크만이 밸리언트 주식 200만주를 매수했다고 밝힌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설명을 믿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 상황에서 200만주를 매수했다”고 설명했다. 애크만이 주식을 매입한 시점은 주가가 28% 가량 폭락했을 때로 전해졌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진 뒤 제약업계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며 제약업체 엘러간(Allergan)이 1.68% 하락하고 엔도인터내셔널(Endo International)도 13.32% 급락했다.
건강보험 업체인 애트나(aetna)와 휴매나(humana), 앤썸(Anthem)과 시그나(Cigna)는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이들 기업의 합병 소식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 이후 3%~5% 하락했다.
◇ GM·보잉 실적 호조에 지수 버팀목
바이오테크와 헬스케어 업종이 부진했지만 제너럴모터스(GM)와 보잉은 기대 이상을 실적을 내놓으며 버팀목 역할을 했다.
먼저 GM은 점화스위치 결함 관련 비용 등을 제외한 3분기 조정순익(EPS)이 주당 1.50달러로 집계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5% 급증한 것이다. 또한 월가 전문가 예상치인 1.18달러를 크게 넘어선다.
GM의 이번 실적은 미국의 상당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중국 경기 둔화와 달러 강세 여파로 부진을 겪은 것과 대조적이다.
GM은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픽업 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의 북미 지역 판매가 급증,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시장에서 매출은 줄었지만 수익률이 전년 9.6%에서 9.8%로 개선된 것도 도움이 됐다. SUV 등 고가 차량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3분기 매출은 달러 강세 여파로 전년 대비 1.3% 줄어든 388억달러를 기록했다
점화스위치 결함에 따른 리콜 조치로 3분기에 15억달러가 사용됐다. 이를 포함할 경우 GM의 3분기 순익은 13억6000만달러(주당 0.84달러)로 크게 줄어든다. 이는 지난해 14억7000만달러에 비해 감소한 것이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업체인 보잉도 상업용 항공기 수요 증가에 힘입어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내놨다.
보잉은 3분기 순익이 17억달러(주당 2.47달러)로 집계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인 13억6000만달러(주당 2.14달러)보다 25% 급증한 것이다.
기타 비용 등을 제외한 조정순익은 주당 2.14달러에서 2.52달러로 늘었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9% 늘어난 258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보잉은 3분기 상업용 항공기 생산이 전년에 비해 7% 늘어난 199대를 기록,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GM과 보잉의 주가는 각각 5.79%와 1.66% 상승했다.
◇ 국제유가, 美 재고급증에 급락
국제 유가는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의 재고 증가 소식에 일제히 급락했다. 다만 석유수출구기구(OPE) 회원국과 러시아 멕시코 등이 함께 국제 유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는 소식에 낙폭 일부를 만회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09달러(2.4%) 급락한 45.20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 역시 전날보다 0.86달러(1.8%) 하락한 47.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10월16일) 원유재고는 800만배럴 늘어나 4주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350만배럴 증가를 2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EIA는 지난주 오클라호마주 쿠싱 지역의 원유 재고는 7만8000배럴 감소했다. 반면 정제유 시설 가동률은 0.4%포인트 늘었다. 전문가들은 0.3%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었다.
휘발유 재고는 150만배럴 감소하며 전문가 예상치는 90만배럴 감소를 웃돌았다. 디젤유와 난방유를 포함한 증류유 재고도 260만배럴 감소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는 130만배럴 감소였다.
◇ 달러 강세, 금값 1주일 ‘최저’
달러는 일본과 유럽의 추가 양적완화 기대감과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 영향으로 소폭 상승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19% 오른 95.03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0.05% 내린 1.1338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0.13% 오른 119.97엔을 각각 나타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는 이날 정책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ECB가 기준 금리를 동결하고 추가 양적완화에 대해서는 크게 언급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로 하락폭이 크지 않은 이유다.
반면 엔화의 경우 실망스러운 무역수지로 인해 일본은행(BOJ)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며 하락했다. 일본의 9월 무역수지는 1145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870억엔 적자를 웃도는 수준이다.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이들 수출 비중이 큰 호주 달러와 뉴질랜드 달러는 각각 0.5%와 0.26% 떨어졌다.
국제 금값은 달러 강세와 내년도 전망 부진 영향으로 약 일주일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10.4달러(0.9%) 하락한 1167.10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은 가격 역시 온스당 20.7센트(1.3%) 내린 15.71달러에 마감했다.
이처럼 국제 금값이 하락한 것은 LBMA(London Bullion Market Association)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내년 금값이 온스당 1160달러에 머물 것이란 전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최근 8년 사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