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증시 훅 보낸 '환 투기세력', 홍콩서 무슨 일을…

베이징(중국)=원종태 특파원
2016.01.21 16:46

역외 위안화 환율 이어 홍콩달러에 집중포화… 홍콩 당국 방어 여부 증시 변수로

역내외 위안화에 이어 홍콩달러가 국제 환 투기 세력의 새로운 타깃으로 떠오르고 있다. 환 투기 세력으로부터 홍콩달러 환율을 지키지 못하면 아시아 증시가 또 다시 출렁거리는 등 위협받을 전망이다.

환 투기세력이 홍콩에서 원하는 노림수는 간단하다. 홍콩달러 약세에 베팅한 뒤 실제 홍콩달러가 큰 폭 평가절하되면 차익을 챙겨 빠져나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홍콩 증시 하락에도 베팅해 대규모 공매도로 수익을 노린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지난 1일 기준 홍콩달러 환율은 1달러당 7.7505홍콩달러였다. 이 환율은 지난 20일 7.8242홍콩달러까지 오른다. 홍콩달러가 이처럼 평가절하(환율 상승)한 것은 2007년8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환 투기세력, 평가절하에 '베팅'…공매도로 차익 노려

문제는 환율 흐름이 투기세력이 원하는 방향대로 조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투기세력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홍콩달러를 공매도하고 대신 달러를 사는 방식으로 환율을 조작한다. 이는 홍콩 외환시장에서 달러 강세로 이어진다. 종전까지 7.7505홍콩달러면 1달러를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7.8242홍콩달러를 줘야 한다. 이때 투기세력은 1달러를 7.8242홍콩달러에 판 뒤 처음 공매도 당시 환율인 7.7505홍콩달러는 갚고, 나머지 0.0737홍콩달러를 차익으로 챙길 수 있다. 투기세력은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로 홍콩달러 공매도 규모를 천문학적 금액까지 늘릴 수 있어 막대한 차익 실현이 가능하다.

환 투기로 악명 높은 미국 투자가 조지 소로스는 1992년 영국 파운드화 약세에 베팅해 15억 달러를 벌었다. 1997년에는 태국 바트화와 말레이시아 링깃화에 같은 수법으로 투기해 수십억 달러를 챙겼다.

◇홍콩달러·역외 위안화도 환 투기 세력 '타깃' 꼽혀

최근 이 같은 환 투기세력이 홍콩달러를 대량 공매도하며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이 과정에서 7.75홍콩달러에서 안정적 흐름을 보였던 환율은 7.82홍콩달러(20일 기준)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홍콩 금융당국의 방어도 만만치 않다. 홍콩 금융관리국은 30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기반으로 홍콩달러는 사고, 달러는 파는 식으로 홍콩달러의 급격한 평가절하를 막고 있다. 홍콩달러 환율은 1달러당 7.75~7.85홍콩달러 범위를 유지하기 때문에 7.85홍콩달러는 반드시 지켜야할 저항선이다. 홍콩 당국은 지난 1998년 환 투기세력과 맞섰을 때도 1180억 홍콩달러(19조2000억원) 규모로 달러를 팔며 판정승을 거둔 바 있다.

일부에서는 이미 홍콩달러에 앞서 역외 위안화 환율을 놓고 투기세력과 중국 인민은행 간 혈투가 벌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투기세력은 중국 본토 역내 위안화 환율보다 홍콩의 역외 위안화 환율이 훨씬 높은 것을 노렸다. 지난 7일 역내 환율은 6.5619위안이었지만 역외 환율은 6.7310위안으로 5년만에 최대치로 격차가 벌어졌다. 만약 투기세력이 홍콩에서 1달러를 6.7310 위안에 팔고, 그 돈으로 중국 본토에서 이보다 낮은 6.5619위안에 1달러를 산다면 고스란히 0.1691위안을 챙길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환 투기는 중국 인민은행의 시장 개입으로 가로막혔다. 인민은행이 대량으로 위안화를 사고, 달러를 매도하며 역내외 환율 줄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홍콩 은행간 금리(HIBOR)가 66.82%까지 급등한 것도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을 시켜 위안화를 대거 매입한데 따른 후폭풍으로 보인다. 인민은행은 이와 함께 투기세력이 많이 이용한 일부 외국계 은행은 내년 3월까지 외환 업무를 금지시키기도 했다. 오는 25일부터 역외 외환시장 참여 외국계 은행에 지급준비율 제도를 도입한 것도 투기세력의 실탄은 줄이고, 외환거래 비용을 늘리려는 포석이다.

◇증시에도 악영향, 홍콩당국 "충분히 방어 가능"

이 같은 투기세력의 공격적인 환 투기는 증시에도 직격탄을 날린다. 올 들어 중국 증시가 17%이상 급락한 것도 투기세력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가속화하며 해외 자본 이탈을 부추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투기세력은 특히 외환시장을 흔들어 환율 평가절하가 이뤄지면 증시도 급락한다는데 믿음을 갖고 있다. 대규모 공매도 주문을 낸 뒤 실제 주가가 하락하면 차익을 얻는다.

최근 홍콩증시 폭락도 홍콩달러의 급격한 평가절하와 투기세력 공매도에서 원인을 찾는 목소리가 높다. 홍콩 H지수는 지난 20일 4.33% 떨어졌고, 21일에도 1.78% 하락 마감했다. 올 들어서만 20% 가까운 하락세다. 특히 지난 20일 홍콩 증시의 공매도 규모는 123억홍콩달러로, 1일 거래액의 13%를 차지할 정도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홍콩 당국이 조만간 특단의 투기세력 대응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본다. 지난 1998년에도 홍콩 당국은 당시 시가총액의 5%규모로 주식을 매입한 바 있다. 공매도 규제도 한 방안으로 꼽힌다. 21일 중국 경제매체 허쉰은 홍콩 금융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홍콩 금융당국의 외환보유고는 3000억달러인 반면 최근 수년간 홍콩으로 들어온 해외자금은 1300억달러 수준"이라며 "1300억달러가 모두 환투기를 위한 핫머니라고 해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환율을 달러에만 연동시키는 페그제를 폐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홍콩 당국이 33년간 유지했던 달러 페그제를 폐지하면 7.75~7.85홍콩달러 밴드도 무너질 수 있어서다. 이 경우 홍콩달러 가치는 순식간에 급락하며 경제 전반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나 홍콩 당국 모두 환 투기세력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이 싸움의 승자가 누구냐에 따라 중국과 홍콩 증시는 물론 아시아 증시가 또 한번 요동칠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