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엇갈린 경기 지표와 계속되는 대선 불안감에 일제히 하락했다. 국제 유가 하락과 페이스북 등 대형 IT 기업들의 부진이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8일 연속 하락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 만에 최장 하락세를 나타냈다.
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S&P500 지수는 전날보다 9.28포인트(0.44%) 내린 2088.66을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28.97포인트(0.16%) 하락한 1만7930.67로 마감했다. 나스닥종합 지수는 47.16포인트(0.92%) 밀린 5058.41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증시는 저가 매수세와 유가 하락세가 진정되면서 상승 출발했다. 미국의 3분기 노동생산성이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인텔 등 주요 IT 기업들이 낙폭을 키웠고 국제 유가도 하락 폭이 확대되면서 하락 반전했다. 기술과 헬스케어 업종이 1%씩 하락했고 부동산 업종도 0.54% 밀렸다. S&P500 11개 업종 가운데 에너지와 금융, 유틸리티 3개 업종만 소폭 상승했다.
◇ 3Q 생산성 ‘2년 최고’, 제조업 지표도 호조
이날 발표된 경기 지표는 다소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생산성과 제조업 지표는 호조를 보인 반면 고용과 서비스업 지표는 기대에 못 미쳤다.
먼저 올 3분기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은 3.1%(연간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마켓워치와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 2.5%와 2.3%를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 2014년 3분기 4.2%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다.
이처럼 생산성이 증가한 것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3분기 GDP 증가율은 2.9%로 집계됐다.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은 지난 2000~2007년 연 평균 4.7%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2007년 금융위기 이후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2007~2015년 연간 평균 생산성 증가율은 1.3%로 주저앉았다.
지난 3분기 단위 노동 비용(Unit labor costs)은 0.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마켓워치 조사치 0.5% 상승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2분기 단위 노동 비용은 3.9% 상승했었다.
미국의 9월 제조업수주는 0.3% 늘어나며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 0.2% 증가를 웃돈 것이다. 지난 8월 제조업수주는 당초 0.2% 증가에서 0.4% 증가로 상향조정됐다.
변동폭이 심한 운송 부문을 제외할 경우 9월 제조업수주는 전월보다 0.6%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8월 운송 부문 제외 제조업수주는 기존 0.0% 증가에서 0.3% 증가로 상향조정됐다.
미국의 9월 내구재(3년 이상 사용 가능한 제품) 수주는 예비치보다 0.2%포인트 내린 0.3% 감소를 기록했다. 운송 부문을 제외한 내구재는 예비치와 같은 0.1% 증가로 나타났다.
설비투자 선행지표로 쓰이는 비국방 항공기 제외 자본재 수주는 1.3% 감소했다. 내구재주문 집계 때 1.2% 감소에 비해 더 낮아졌다.
설비투자 동향지표로 쓰이는 비국방 항공기 제외 자본재 출하는 0.4% 증가했다. 당초 집계치(0.3%)보다 소폭 높아졌다.
◇ 실업수당 ‘3개월 최고’, 서비스업 ‘혼조’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약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까지 미국의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는 26만5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보다는 9000건, 전주보다는 7000건 많은 것이다.
하지만 고용시장 개선의 기준점으로 판단되는 30만건은 87주 연속 밑돌았다. 1970년 이후 가장 긴 기록이다.
지난달 22일 기준 실업보험 연속수급 신청자수는 202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전망치보다는 1만7000건, 전월 수정치보다 1만4000건 적은 것이다.
서비스업 지표는 엇갈렸다. 먼저 10월 마킷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확정치는 54.8을 기록했다. 이는 예비치에 부합한 것으로 직전월보다는 2.5포인트 높은 것이다.
서비스와 제조를 포함한 종합 PMI 확정치는 54.9를 나타냈다. 역시 예비치와 일치했고 전월 52.3을 웃돌았다.
10월 서비스업 PMI와 종합 PMI는 모두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PMI는 매달 기업 구매담당자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신규 주문이나 전망, 고용 상황을 지수화한 것이다. 50보다 낮으면 경기하락, 높으면 경기상승을 의미한다.
반면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지난 10월 중 미국의 서비스업지수는 54.8로 전월대비 2.3포인트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56.0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선행지표인 신규주문지수가 57.7로 2.3포인트 하락했다. 기업활동지수는 60.3에서 57.7로 떨어졌다. 고용지수도 57.2에서 53.1로 하락했다.
◇ 국제유가, 공급과잉 우려 지속에 하락…WTI '6주 최저'
국제 유가가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에 회의감이 지속되면서 6주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밸럴당 0.68달러(1.5%) 하락한 44.66달러를 기록했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는 0.47달러(1%) 내린 46.3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국제 유가는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면서 일제 하락했다. 원유정보제공업체 젠스케이프에 따르면 WTI 선물 인도지역인 쿠싱의 원유 재고는 120만배럴 증가했다.
전날 미국의 원유재고가 1440만배럴 증가한데 이어 쿠싱 재고까지 늘어나면서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장 초반 나이지리아 반군이 정유시설을 공격했다는 소식에 약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이번 공격으로 나이지리아의 원유 생산량은 최소 2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 달러 ‘약세’ 파운드 ‘급등’… 금값 0.4%↓
달러가 미국 대선 불확실성과 영국 파운드화 강세 영향으로 하락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22% 하락한 97.16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0.14% 오른 1.1109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0.33% 내린 102.95엔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달러/파운드 환율은 1.29% 급등한 1.245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영국 런던 고등법원은 영국 정부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와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하는 리스본조약 50조 발동 전 의회 표결을 거쳐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탈퇴 절차가 늦어지는 것은 물론 국민투표 결과가 의회에서 번복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국제 금값은 사흘 만에 하락했지만 1300달러 선을 지켜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4.9달러(0.4%) 하락한 1303.30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은 가격은 온스당 27.7센트(1.5%) 내린 18.416달러에 마감했다.
씽크마켓의 나임 애슬램 수석 애널리스트는 "영국 법원이 브렉시트 협상 시작 이전에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주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버스에 올라탈 기회를 놓쳤다면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리 가격은 0.8% 오른 반면 백금과 팔라듐은 각각 0.7%와 2.7% 하락했다.
◇ 유럽증시, 브렉시트 우려 완화, 유가 급락·美 대선 불안감에 '혼조'
유럽증시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우려가 완화됐지만 국제 유가 급락과 미국 대선 불안감 영향으로 혼조세를 나타냈다.
이날 유럽 증시에서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600 지수는 전날보다 0.01포인트 상승한 331.56을 기록했다.
반면 주요국 지수는 대부분 하락했다. 독일 DAX 지수는 0.43% 내린 1만325.88을, 영국 FTSE 지수는 0.8% 밀린 6790.51로 마감했다. 프랑스 CAC 지수는 0.07% 하락한 4411.68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유럽 증시에서 실적 호조와 브렉시트 우려 완화로 은행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소시에떼 제네랄은 3분기 실적이 기대 이상을 기록하면서 5.5% 상승했다. ING도 3분기 순이익이 27% 증가한 영향으로 2.3% 올랐다. RBS 그룹과 바클레이즈도 각각 6.1%와 1.8% 상승했다. 이에 따라 은행업종 지수는 0.8% 올랐다.
여기에 영국 법원이 브렉시트 협상 시작 이전에 의회 표결을 거쳐야 한다고 판결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북해산 브랜트유가 1% 넘게 하락했고 미국 대선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
한편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이날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현행 0.25%로 동결했다. 브렉시트 탈퇴 결정 이후 경기가 예상보다 견고하게 성장하면서 올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사실상 배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