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경기지표 호조에도 불구하고 대선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하락 반전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9일째 하락하며 1980년 12월이후 36년 만에 최장 하락세를 나타냈다.
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S&P500 지수는 전날보다 3.48포인트(0.17%) 하락한 2085.18을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42.39포인트(0.24%) 내린 1만7888.28로 마감했다. 나스닥종합 지수는 12.04포인트(0.24%) 밀린 5046.37로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3대 지수는 이번 주에만 각각 1.9%와 1.5%, 2.8% 하락했다.
이날 증시는 저가 매수세와 경기지표 호조 영향으로 상승 출발했다. 국제 유가가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한 것도 보탬이 됐다.
하지만 나흘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대한 불안감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고 국제 유가도 하락 반전하면서 마감 30여분을 앞두고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일명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22.5까지 상승, 이번 주에만 약 40% 급등했다.
◇ 美 10월 신규 고용 16.1만명↑, 임금 상승률 '7년여 최고'
미국의 신규 일자리 증가가 다소 기대에 못 미쳤지만 임금 상승률이 7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고용 호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부는 이날 10월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이 전월대비 16만1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망치 17만3000명에는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신규 노동인력 흡수에 필요한 10~15만개 일자리 증가를 뛰어 넘는 수준이어서 고용 호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9월 비농업부문 고용자수는 당초 15만6000명에서 19만1000명으로 대폭 상향 조정됐다.
10월 실업률은 전월 대비 0.1% 하락한 4.9%를 기록, 전문가 예상과 일치했다. 노동시장 참가율은 같은 기간 62.9%에서 62.8%로 0.1%포인트 하락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문은 임금 상승률이다. 10월 시간당 임금은 전월대비 10센트(0.39%) 오른 25.92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 증가한 것으로 2009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올 들어 월간 신규 일자리는 평균 18만1000개 늘어났다. 지난해 전체 22만9000개 보다는 다소 줄어든 수준이다.
◇ 美 9월 무역적자 9.9%↓ 1년 7개월 '최저'… 수출↑ 수입↓
미국의 9월 무역수지 적자가 1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수출은 늘어난 반면 수입은 감소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9월 무역수지 적자가 전월대비 9.9% 감소한 364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전문가 예상치 389억달러 적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9월 수출은 0.6% 증가한 1892억달러로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항공기와 산업용 엔진 등의 수출이 늘어난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가별로는 유럽연합(EU)과 중국에 대한 수출이 각각 6.0%와 1.8% 증가했고, 특히 영국 수출은 12.4%나 급증했다.
반면 수입은 1.3% 감소한 2256억달러로 집계됐다. 중국에서 수입한 물량이 2.8% 감소하면서 대중 무역적자도 4.1% 줄어든 325억달러를 기록했다.
9월까지 누적 수출은 전년대비 3.5% 감소했고 수입은 3.3% 줄었다.
웰스파고의 제이 브리슨 이코노미스트는 “대두(콩) 수출이 급증했지만 10월까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주요 교역 국가들의 경기가 부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당분간 교역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설명이다.
◇ 국제유가, 美 원유시추기 가동 증가 영향 하락…WTI 1.3%↓
국제 유가가 미국의 원유 시추기 가동건수 증가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불확실성과 미국의 원유 재고 증가 영향으로 이번 주에만 9% 이상 급락하며 1월 중순 이후 최대 낙폭을 나타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0.59달러(1.3%) 하락한 44.07달러를 기록했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 역시 0.74달러(1.6%) 내린 45.6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국제 유가는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미국의 원유 시추기 가동건수가 증가했다는 소식에 낙폭을 키웠다. 원유정보 제공업체 베이커 휴즈에 따르면 지난주 원유 시추기 가동건수는 9건 증가한 450건으로 집계됐다. 천연가스를 포함한 전체 시추기 가동건수는 12건 늘어난 569건을 기록했다.
◇ 달러 ‘약세’ 금값 ‘강보합’
달러가 고용지표 호조에도 불구하고 대선 불확실성 영향으로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08% 하락한 97.07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0.11% 상승한 1.115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0.17% 오른 103.15엔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스위스 프랑의 가치는 0.26% 상승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이안 고든 외환전략분석가는 "투자자들이 대선을 앞두고 리스크를 줄이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일부 여론 조사 결과들이 매우 박빙을 보이면서 안전 통화에 베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금값은 고용지표 호조로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대선 불안감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 증가에 힘입어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1.2달러 상승한 1304.50달러를 기록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2.2% 상승하며 4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국제 은 가격은 온스당 4.5센트(0.2%) 내린 18.371달러에 마감했다. 이번 주에만 약 3.2% 상승했다. 구리는 0.7% 올랐고 백금과 팔라듐 역시 1%와 1.2% 상승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3.3%와 2.4%, 1.4%씩 올랐다.
◇ 유럽증시, 제약 업종·국제유가 부진 영향 하락…英 1.4% 급락
유럽 증시가 제약업체들의 부진과 미국 대선에 대한 불안감이 이어지며 일제히 하락했다. 국제 유가 하락과 미국 고용지표가 엇갈린 모습을 보인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유럽 증시에서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600 지수는 전날보다 0.83% 하락한 328.80을 기록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3.8% 하락하며 지난 2월 이후 최대 주간 낙폭을 나타냈다.
독일 DAX 지수는 0.65% 하락한 1만259.13을, 영국 FTSE 지수는 1.43% 급락한 6693.26으로 마감했다. 프랑스 CAC 지수는 0.78% 내린 4377.46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제약업체들은 미국 일부 국회의원들이 공정경쟁 당국에 약값 담합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영향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사노비와 노보 노르디스크가 각각 1%와 3.2% 하락했고 히크마는 목표가격까지 하향 조정되면서 6.8% 밀렸다.
국제 유가가 하락 반전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가 1.7% 하락했고 북해산 브랜트유 역시 1.92% 내렸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가 엇갈린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의 10월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은 전월 대비 16만1000명 증가하는데 그치며 전문가 예상치 17만3000명에 못 미쳤다.
하지만 시간당 평균 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상승하며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실업률도 5%에서 4.9%로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