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세 공격 예고에 중국이 반격 의지를 밝히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달아오를 조짐이다. 9일(이하 각 현지시간) 협상이 재개되지만 첫날 분위기 반전에 실패할 경우 협상 기간 중인 10일 0시 1분(한국시간 10일 13시 1분)부터 양측의 관세 공격이 재개된다. 전 세계의 이목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첫날 협상에 집중될 전망이다.
◇中 "반격 나설 것", 트럼프 "중국이 무역합의 깼다"=중국 상무부는 8일 밤 11시23분 홈페이지에 게재한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물리고 있는 추가관세율을 10일부터 10%에서 25%로 높이겠다고 했다"면서 "이같은 무역 마찰 심화는 양국 인민과 세계 인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중국 측은 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만일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조치가 시행되면 중국은 필요한 반격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이같은 입장을 내놓은 시점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이날 연방 관보 사이트에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오는 10일부터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게재하고 9일 공식 고시하겠다고 예고한 직후다. 미국의 이번 관세율 인상으로 타격을 받을 중국 제품은 통신장비, 컴퓨터 및 그 부품, 휴대전화기 등이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중국의 반격 조치로는 규모면에서 열세에 있는 관세 부과 외에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인 기반이 되는 팜벨트(농장지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대두 등 농산물 수입 축소, 중국산 중간제 제품 미국 판매 금지, 금융 시장 개방 중단 등이 있을 수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보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재협상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관세율 인상 계획을 처음 언급했고, 다음날인 6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10일 0시 1분'으로 부과 시점을 명확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에는 협상이 깨질 경우 책임이 중국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파나마 시티 유세 연설에서 "그들(중국)은 거래(deal)를 파기했다.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중국으로부터 (관세로) 1000억달러를 받아내는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9일 반전 없으면…'10일 0시 1분' 관세 공방 재개=미중은 이같은 '강대 강' 흐름 속에서도 9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고위급 무역 협상을 진행한다. 당초에는 이번 만남에서 무역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지만 이제는 '확전'을 더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2000억 달러 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 인상 시점이 워싱턴 현지시간 '10일 0시 1분'으로, 이틀 째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이다. 첫날 협상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한동안 잠잠했던 세계 주요 2개국(G2)간 관세 공방이 다시 시작된다는 얘기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8일 한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이 10일까지 무역협상에서 합의를 이뤄낼 가능성이 10%에 불과하다며 협상 전망을 비관적으로 봤다.
미국은 지난해 7월과 8월 각각 340억달러, 16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추가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같은 시기 동일한 규모와 관세율로 반격했다. 미국이 지난해 9월 다시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10%를 추가로 매기자 중국은 600억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에 5~10%의 차등 관세로 대응했다. 미국의 대중 수입액은 5500억 달러를 넘는 반면, 중국의 대미 수입액은 1500억 달러 선으로 중국의 '관세 실탄'은 거의 소진된 상태다.
미국이 협상 막바지 돌연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선 배경을 놓고도 여러가지 보도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중 무역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중국이 그동안 미국과 협상하면서 작성해 온 150쪽짜리 무역협정 초안에서 최근 보였던 그간의 입장을 철회하며 내용 수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SCMP는 합의한 모든 약속을 최종 합의문에 집어넣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가 협상 타결의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반드시 개정해야 하는 모든 법규 목록을 합의문에 포함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SCMP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