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홍콩 이공대, 진압작전 이후 동력 상실…일부는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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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9 06:55

야우마테이·침사추이 일대 마비…화염병에 큰불
'화력 잃은' 홍콩 이공대…학생 수십명 탈출 성공

지난 18일 오후 홍콩 침사추이역 인근 도로에서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2019.11.1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홍콩=뉴스1) 한상희 기자 = 홍콩 경찰이 '마지막 보루'인 홍콩 이공대 고사 작전에 돌입한 지 하루 만인 18일 저녁 홍콩 최대 번화가 침사추이에선 수만명이 모인 가운데 이공대 학생을 위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몽콕·조던·야우마테이 이공대 일대는 시위대가 설치한 바리케이드에 '전쟁터'와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전날 시작된 경찰의 봉쇄로 식량이 떨어지고 이공대 학생회장마저 체포되면서 시위대가 전력을 상실하자, 경찰은 이른 아침부터 실탄 3발을 쏘며 학생들을 무차별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권총을 겨누기도 했다.

이공대 시위대의 학부모들은 이날 학교 부근에서 집회를 열고 경찰 지휘부와의 면담을 요청하고 자녀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현장에서는 학생 어머니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고개를 파묻고 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낮 수백명 규모에 불과하던 평화 집회는 저녁이 되자 정부를 규탄하고 '살인 경찰'을 부르짖으며 항의하는 과격 집회로 번졌다. 이공대 밖 시위 현장에는 무장 경찰 수십명이 기관총을 들고 집결했다. 경찰도 순식간에 돌변해 일반 시민들에게 기관총을 겨누며 공포감을 조성했다.

해가 완전히 지고 경찰이 최루탄 수발을 발사하자 시위 분위기 역시 급격하게 격렬해졌다. 오후 7시 반 무렵부터 침사추이 일대 모든 거리는 벽돌로 가로막혔고 경찰은 이날 저녁 골목마다 총을 겨누며 집회 해산을 명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위협에도 이공대 일대는 현재 수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 '이공대를 구하라'(Save Poly U)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일부 과격 시위대는 벽돌을 부수며 도로 위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한편 지하철역을 부쉈다. 밤 10시를 전후해 이 일대 한 패스트푸드점 건물에선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으로 인해 큰 불이 나기도 했다.

시위대가 몰리면서 홍콩섬과 카오룽 반도를 잇는 크로스 하버 터널 일대 교통은 마비된 상황이다. 경찰 병력을 분산시켜 학생들을 탈출을 도우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이날 시위에는 10대 후반 20대 초반 어린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노부부나 휠체어를 탄 중년 남성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시위 현장에서 만난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던 20살 대학생 2명은 "우리는 이공대 학생들을 봉쇄한 경찰을 압박하기 위해 집회에 나왔다"며 "평화집회를 열려 했지만 경찰이 우리의 요구를 듣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찰의 폭력성에 가장 화가 난다"며 "우산은 최루탄을 막기 위해, 벽돌을 부수는 것은 총으로 무장한 경찰에게 우리가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18일 오후 홍콩 이공대학교에서 홍콩 경찰들이 시위 참여 학생들을 체포하고 있다. 2019.11.1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18일 오후 홍콩 이공대학교에서 홍콩 경찰들이 시위 진압 작전을 하고 있다. 2019.11.1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또 다른 60대 남성 시위 참가자는 "우린 정부와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학생들을 위해 기도하고 보호하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학생 시위대의 폭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경찰이 먼저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6월 집회는 평화로웠는데 정부가 먼저 요구를 듣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생들과 경찰 간 힘이 평등하지 않는 것 같다. 학생들에겐 아무 것도 없는데 경찰에겐 총이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위협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폭력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경찰과 시위대 모두 안정을 찾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공대 캠퍼스는 경찰 진압 작전 이후 시위 동력을 잃은 모습을 보였다. 여느 때처럼 화염병을 제조하는 시위대를 찾아볼 수 없었고, 교내 광장엔 90명 정도가 모여 파이팅을 외친 후 탈출을 결의하기도 했다.

저녁까지 남아 있던 시위대는 600명 정도. 자원봉사자들 역시 전날의 20%만 남은 상황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기자들에게 물을 나눠줄 정도로 생수가 충분했지만 현재 물과 과자 등은 완전히 떨어졌고 면과 밥 종류만 공급되고 있다.

시위대는 전의를 잃고 고개를 푹 숙인 채 핸드폰만 들여다 보기도 했다. 아침엔 양팔과 양다리를 붙잡힌 채 끌려 나갈 정도로 시위대의 저항이 극심했지만, 오후 7시가 넘자 학생들도 지친 듯 별다른 저항 없이 수갑을 찬 채 끌려 나갔다. 다행히 이날 밤 10시쯤 학생 수십명이 무사히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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