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홍콩 센트럴 "경찰 해산하라"…이공대 시위대 "도와주세요"

뉴스1 제공
2019.11.21 21:50

센트럴 IFC에 수백명 모여 '함께 점심 먹기' 집회
쓰레기장으로 변한 이공대…학생들 투항 잇달아

21일 오전 홍콩 센트럴 IFC몰에서 열린 함께 점심 먹기 운동에 참석한 직장인들이 경찰 해산, 시위 참여 학생 석방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1.2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21일 오전 홍콩 센트럴 IFC몰에서 열린 함께 점심 먹기 운동에 참석한 직장인들이 경찰 해산, 시위 참여 학생 석방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1.2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홍콩=뉴스1) 한상희 기자 = 21일 홍콩 금융 중심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센트럴에 수백명이 몰렸다. 홍콩 이공대에서 시위를 하다 체포된 학생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 것이다.

홍콩의 민주화와 시위 체포자 석방을 외치는 시민들은 이날 낮 12시30분 무렵 각종 명품 매장들이 입점한 IFC 몰에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12시55분쯤 되자 최소 700명으로 보이는 시위대는 손가락을 쫙 펴 보이면서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경찰은 해산하라" "폴리유(이공대) 체포 학생 석방하라"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자유를 위해 싸우자. 홍콩과 함께" "광복홍콩 시대혁명" 등을 외쳤다.

시위대가 쭉 뻗어 올린 다섯 손가락은 Δ송환법 완전 철회 Δ경찰의 강경 진압을 조사할 독립 위원회 설치 Δ체포된 시위 참가자 전원 석방 및 불기소 Δ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Δ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을 의미한다.

이들은 홍콩 저항 운동의 상징으로 떠오른 노래 '홍콩에 영광을'(Glory to Hong Kong)' 등을 함께 불렀다. 이에 매장 영업이 잠정 중단됐고 경찰들도 집결했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시위는 다함께 구호를 외치고 노래 부르고 반복하다가 갑자기 하나둘씩 사라지면서 끝났다.

'함께 점심 먹기'(런치 위드 유)로 불리는 이러한 한낮 도심 시위는 지난 8일 홍콩 시위 첫 사망자가 나오고, 11일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20대 시위 참가자가 중상을 입은 것에 격분해 시작됐다.

이날 시위 현장에서 만난 한 시위 참가자는 자신을 센트럴에 있는 금융기관에 다니는 직장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주부터 점심시간에 7일 연속 참가했다"면서 "여기에 온 직장인들 모두 아직까지 학교에 갇혀 있는 학생들이 걱정되는 마음에서 나왔다"고 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인권법'에 직접 서명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홍콩 인권법'은 19일(미국 동부시간) 미 상원이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홍콩인권·민주주의법'을 말한다.

많은 홍콩 시민들은 경찰의 폭력 진압에 대한 분노에 휩싸여 있다.

이날 IFC 인근 거리 길바닥과 벽에도 '홍콩 경찰은 살인자' '홍콩 경찰은 강간범' '경찰이 시민을 강간·살인하면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가' 등 홍콩 경찰을 비난하는 낙서로 가득했다.

21일 낮 홍콩 이공대학교 안에 그려진 낙서. © AFP=뉴스1

닷새째 계속된 경찰의 봉쇄에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하고 있는 학생들의 시위는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해 있다.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한 홍콩 이공대 교내에는 21일 현재 '우리를 도와주세요' 'SOS' '나갈 길이 없다'는 등 도움을 요청하는 낙서들로 뒤덮여 있다.

학교 안이 완전 봉쇄됐던 주 초반과 달리 20~21일 이공대 안에는 교사들과 대학 관계자 10여명이 들어와 학생들에게 경찰에 투항할 것을 설득하고 있다. 이날만 학생 7명이 교사의 손을 잡고 학교를 나섰다.

전날까지 불화살 쏘는 연습을 하던 10대 강성 시위세력 '용무파'(勇武派) 한 명도 이날 낮 12시쯤 교사의 손을 잡고 빠져나갔다.

그는 뉴스1 취재진이 21일자 '현지 매체 지면에서 봤다'며 아는 척 하자 "모른 척 해달라. 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했다. 정부 방침상 미성년자라 이날 바로 체포되진 않지만 홍콩 정부로부터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힐 것을 두려워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낮 한땐 이공대 총장이 학생들을 직접 만나겠다며 교내를 방문해 시위대와 언성을 높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공대가 점거한 학생식당을 둘러보던 대학 고위 관계자에게 한 40대 시위대는 쓰레기를 던지고 멱살을 잡았다.

아이들(학생 시위대)을 돕기 위해 일주일째 학교에 머물고 있다는 그는 "아이들의 상황을 방관하고 있는 어른들에게 화가 난다"고 했다.

이처럼 강성 시위 세력마저 이탈하고 이공대 앞 도로를 정비하는 등 이공대 시위가 점차 끝나는 분위기를 보이는 가운데 24일 선거가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홍콩 사태로 분노와 혼란에 빠져 있는 홍콩 시민들의 여론이 선거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기 때문. 이에 홍콩 야당 의원들은 지난 17일 경찰 봉쇄 후 여러 차례 학생들을 방문하는 등 막판 표심 잡기에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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