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도 베이징시 중관춘(中關村·과학기술단지) 창업거리(이노웨이)의 '3W 카페' 1층에서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옆 벽면에는 이곳에 사업을 시작해 성공한 촹커(創客·창업자)의 사진이 붙어 있다. 마치 빈자리의 주인공은 당신이라고 얘기하는 듯하다. 이 계단을 오르내렸을 많은 창업자들이 언젠간 이곳에 자신의 사진을 붙이겠다는 다짐을 했을 것이다. 3W 카페는 리커창 총리가 2015년 방문 "여기가 중국 창업의 중심"이라고 선언하면서 이곳은 중국 창업 심장이자 스타트업의 메카로 일거에 발돋움했다.
지난해 26일 중관춘 창업거리에 있는 3W 카페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 젊은 창업가들로 가득했다. 총 3개층으로 1층은 일반카페다. 2층은 공유오피스 형태로 창업자와 투자가가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3층은 예비 창업자들이 일하는 공간이다. 3W는 WWW를 줄인 의미로 예비창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플랫폼이다. 이곳엔 리 총리가 다녀간 사진이 자랑스럽게 걸려 있다.
왠지 무거운 분위기의 2층 사무실을 조심스레 찾았다. 어림잡아도 30명 이상의 예비창업가들이 저마다 일에 몰두하고 있는데 대부분 20~30대였다. 공유오피스 관련 스타트업을 하고 있다는 류위밍(劉宇明)씨는 "지난해부터 이곳 중관춘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서도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관련 설명회나 창업경진대회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회사 가치를 너무 낮게 책정해 투자유치를 받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창업자는 "정부나 투자를 하려는 쪽이 예전보다 이성적으로 바뀐 것 같다"며 "중국경제가 나빠지고 벤처캐피탈이 규모가 줄어들면서 어지간한 기술을 가지고는 투자를 받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던 창업열기는 올들어 차갑게 식었다. 리커창 총리는 2014년 '대중창업 만중창신(大衆創業 萬衆創新·모두가 창업하고 혁신하자)'이라는 말을 통해 중국의 창업열풍에 불을 지폈다. 벤처캐피탈(VC) 자금은 2015년 2000억위안(34조원), 2016년 3581억위안(61조원), 2017년 3476억위안(59조원)이 결성됐다.
이 돈이 창업시장으로 흘러들면서 거품논란이 제기됐다. 2018년부터 이 투자금의 자금회수가 시작됐고 미중 무역분쟁으로 경제침체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VC 결성 규모는 전년의 절반으로 줄었다. 2019년 상반기까지 중국 VC 신규 펀드 규모는 893억위안에 불과했다. VC투자금액도 자연스레 감소했다. 2018년 VC투자규모는 2117억위안이었는데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610억위안에 불과했다.
중국에서 VC업무를 하고 있는 고영화 SV인베스트먼트 고문은 "2018년 중국내 VC투자건수가 4300건 정도였는데 2019년에는 2000건도 안될 것"이라며 "투자금 회수가 시작됐는데 신규펀드 결성이 안되면서 자금경색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자금 경색이 앞으로 2~3년 이어질 것"이라며 "결국 특출난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스타트업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과도한 자금유치보다는 내실을 탄탄히 다지며 미래를 준비하는 추세다. '더포베이징'이라는 취업관련 커뮤니티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추빈빈(邱彬彬) 대표는 "반년전 직장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만들어서 지금은 1만명의 유료회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취업인구가 줄어들면서 중국인들의 스트레스가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에 커뮤니티 관련 산업이 발전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자신이 저축한 30만위안과 투자금 100만위안으로 23살의 나이에 회사를 창업했다. 중학생때 이미 해커출신으로 유명했고 18살에는 중국 유명 IT(정보통신)회사인 텐센트에 취직했다. 그는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싶어서 학업이 아닌 창업의 길을 고민해 왔다"며 "텐센트에서 일한 경험이 직접 창업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탄탄하게 확실한 시장을 만들고 난후 자금을 유치해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중국의 시장은 여전히 무궁무진하고 생활을 편리하게해 새 사업모델을 만들 가능성도 많아 스타트업의 역할은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관춘 창업거리는 여전히 젊은이들이 넘쳐났다. 비록 내리막길로 접어들었지만 이들이 있는 한 바이두(중국 최대 인터넷포털), 레노버(PC 세계1위), 텐센트(온라인 게임 세계 최대), 샤오미(중국판 애플) 등이 탄생한 중관춘은 여전히 중국 스타트업의 메카로 남을 것이다.
고영화 고문은 "중국이 제조업 중심의 성장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창업이나 혁신벤처기업을 육성할 수밖에 없다"며 "창업이 다시 힘을 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선 자금 경색국면이 몇년간 갈 것이라고들 한다"며 "어쩌면 우리에겐 새로운 투자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