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큐알)코드를 스캔하시고 온라인으로 원하는 옷의 크기 그리고 그림과 글자를 선택하세요. 이제 몇 시간 후면 맞춤형 옷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 10일 오후 1시30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본사가 있는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 한 호텔에서 '빠른 코뿔소'라는 뜻의 쉰시(迅犀) 디지털 팩토리로 향하는 버스 안. 담당직원은 5시간 후면 세상에 하나뿐인 옷을 갖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알리바바 그룹은 지난 9월 3년의 준비 끝에 문을 연 '쉰시'를 외신에 처음 공개했다. 이 공장은 타오바오라는 신유통으로 중국 유통업계를 평정한 알리바바가 준비해온 최초의 신(新)제조 플랫폼이다.
신제조는 지난 2016년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 전 회장이 제안한 '5신(5新·Five new) 전략' 중 하나다. 5신 전략은 신유통, 신제조, 신금융, 신기술, 신에너지까지 다섯 가지를 뜻한다.
타오바오, 티몰 등 알리바바 온라인쇼핑 플랫폼에서 쌓인 정보를 기반으로 최신 패션 트렌드를 예측해 소비자에게 맞는 제품을 적절하게 공급한다는 게 신제조 플랫폼의 기본 개념이다.
알리바바는 연간 3조위안(약 510조원)에 이르는 중국 의류시장의 33%(1조위안)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얻게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의 선호를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팩토리는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기 상품을 예측한다. 예컨대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쇼핑데이에 생산해야 하는 제품과 생산규모를 결정할 수 있다.
의류업체 최대의 숙제인 재고 낭비를 피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또 소비자는 유행하는 신상품을 제때 받을 수 있다.
이는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 전 회장의 예측대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통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모델에서 C2B(소비자 대 기업 거래)모델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또 소품종 대량생산이라는 의류제조업의 기본 틀을 깬 시도다.
앨런 우 쉰시 팩토리 CEO(최고경영자)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주문에서 제품 인도까지 소요 시간이 75% 단축됐으며 최소 주문량은 기존 5000건에서 100건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 공장에 주문을 하면 7일안에 생산이 끝나고 배송까지는 단 10일이면 된다. 불필요한 재고 없이 소비자 취향에 따라 일대일 맞춤형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노동집약 산업으로 꼽히는 의류산업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을 구현할 수 있었던 것은 AI(인공지능)과 로봇 기술 등을 이용해 무인화를 극대화했고, 이를 통해 비용을 최소화한 덕분이다.
쉰시 공장 1층에 들어서자 2m 정도 되는 원단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이 공장은 무선인식 태그(RFID)를 활용해 원자재 관리, 재단, 봉제 등 의료 제조의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했다.
AI기술을 적용해 같은 재료를 사용하는 의류 주문을 동시에 처리해 원단의 낭비를 줄였다. 다음날 작업에 필요한 원재료 분류 작업은 밤새 자동으로 처리된다고 한다. AI 기술을 활용한 레이저 절단기는 오류를 줄였다.
원재료는 2층으로 이동되고 이곳에선 재봉과 디자인 프린팅 등의 작업이 이뤄진다. 팔이 8개 달린 로봇이 옷을 집어들고 공정과 공정 사이를 이동한다. 원단에 그림을 그려 넣거나 단추와 장식을 다는 작업을 하는 로봇도 있다. 검수나 재봉 등의 작업은 상당 부분 사람이 직접 하지만 AI가 보내주는 정보를 통해 쉽게 재봉작업을 할 수 있다.
전체 공정은 디지털로 기록되기 때문에 현장에 공장 관리자가 상주할 필요가 없었다. 또 공장 내 AI 시스템에 의해 상품 생산 순위 및 일정 등이 자동 조정된다. 그야말로 효율의 극대화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고 있으면서도 800여명의 직원이 하루 2만5000벌을 생산한다.
앨런 우 CEO는 "생산주기가 길고 재고 부담이 높은 의류분야를 디지털 팩토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며 "디지털 팩토리는 의료 산업 뿐 아니라 신발, 생활용품, 가방 등 다양한 업계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팩토리 취재를 마친 오후 6시 무렵 직접 선택한 디자인의 후드티를 받을 수 있었다. 주문한 지 약 4시간30분이 지났을 뿐이었다. 자신들의 디지털 팩토리가 얼마나 빠르게 제품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지 보여주려는 이벤트가 성공리에 마무리 된 것이다. 영세했던 중국 유통의 현대화라는 꿈을 이룬 마윈의 전략이 이젠 후진적인 중국 제조공장의 혁신을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