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반 시장'이 中경제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황시영 기자
2021.08.31 18:40

[MT리포트] 中의 21세기 '문화대혁명'④

[편집자주] 과격하다 싶은 규제 소식이 중국에서 끊이지 않고 들린다. 규제 대상도 다양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방향은 한 곳이다. 인구 14억의 중국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중국 정부가 18세 미만 청소년에 대해 월·화·수·목요일 게임 금지를 발표한 31일(현지시간) 베이징의 상점에서 한 청소년이 컨솔게임 타이틀을 살펴보고 있다./사진=AFP

중국 정부가 모든 경제·사회 문제를 정부 통제로 해결하려는 '공산당식 홍색 규제'를 연일 쏟아내는 것을 서방 언론은 어떻게 볼까. 외신들은 우선 이를 '반(反)시장주의로의 회귀'로 보면서 중국기업 투자에 주의하라고 경고한다.

마이클 슈먼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는 3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무엇이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 같다"면서 "(중국을 위대하게 만든 것은) 국가가 아니라 국가의 '부재'였다. 시 주석이 다시 이를 기억해내기 전까지 그는 중국 경제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중국의 경제 기적은 1980~1990년대 덩샤오핑 당시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개혁·개방 조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슈먼은 타임과 월스트리트저널의 특파원을 거치며 20년 가까이 아시아를 지켜본 베테랑 기자 겸 칼럼니스트다.

1989년 톈안먼 시위 무력 진압 등으로 중국 지도부의 개혁·개방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자 덩은 상하이와 선전 등을 순시하며 개혁·개방 확대를 주문했다. 덩의 이 '남순강화'를 계기로 중국은 남동부 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개혁·개방 조치가 줄을 이었고 창업바람이 일었다. 중국 유명 부동산업체 소호차이나를 세운 판스이와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푸싱궈지의 궈광창 회장도 이때 창업했다. 1992년 창업한 세대를 일컫는 '92파'라는 말까지 훗날 생겨났다.

슈먼은 "중국 경제는 확실히 더 똑똑하고 일관된 규제가 필요하다"면서도 "데이터 보안, 교육 등에 새로 도입된 규제들은 반자본주의적인 색채를 띠고 있으며, 모호하고 위협적인 선언과 공격으로 가득 차 있다. 이 규제들은 특정 업체에 대한 자의적인 처벌의 냄새를 풍긴다"고 썼다.

그는 "중국 국영 언론들은 정부가 '부자 강탈'을 시작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달래려 애쓴다고 하지만, 부자들은 이미 앞다퉈 아첨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온라인 소매업체 핀듀오듀오가 최근 상장 기업으로서의 첫 수익을 농촌 발전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아마도 자사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도 했다. 또 "창업은 이미 '위험한 시도'가 됐다. 시 주석으로부터 언제 된서리를 맞을지 모르는데 왜 하겠느냐"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 빅테크들은 중국 정부에 온갖 형태로 '아부'하는 중이다. 텐센트가 500억위안(약 9조원),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가 100억위안(약 1조8000억원)의 추가 기부를 최근 밝힌 것을 비롯해 지난 1년간 알리바바·텐센트·바이트댄스·샤오미 등 6대 빅테크가 기부한 금액은 총 30조원에 달한다.

월가는 중국 당국의 빅테크 등에 대한 규제가 잇따라 나오자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주의를 경고하고 있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영상 메시지에서 "중국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정치적이고 갑작스런 규제로 인해 투자 환경이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들의 리스크를 제대로 인지할 때까지 상장을 계속 중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CNBC는 "최근 몇 달간 중국 당국의 잇따른 규제로 기술 기업 시가총액은 수십억달러가 증발했다"고 전했다. 지난 7월 27일 기준 나스닥 골든드래곤 차이나지수에 편입된 중국 기업 98곳의 시가총액은 지난 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와 비교해 무려 7650억달러(약 894조원)가 줄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래 가장 큰 추락이다.

피해는 일반 투자자들만 본 게 아니다. 디디추싱, 알리바바 등에 투자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39% 폭락한 순이익을 기록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이에 지난 10일 "중국 당국의 규제가 예측할 수 없어 당분간 (중국) IT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중국 당국의 강력한 규제와 단속으로 중국 기술기업(빅테크)의 기업공개(IPO) 시장 규모가 쪼그라드는 사이 한국,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증시가 IPO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홍색 규제로 한국과 인도·인도네시아가 IPO 호황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세 나라에서는 기술기업의 신규 상장이 활발하다.

한국에선 지난 6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흥행에 성공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31일 종가 기준 8만3900원으로 거래 첫날 공모가(3만9000원)의 2배 이상으로 올랐다. 시가총액(39조8609억원)으로는 기존 은행업계 1위인 KB금융(21조9962억원)을 가볍게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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