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부유'가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다. 시 주석의 지난날 메시지들은 모두 공동부유 키워드의 확장판이다. 지난 2017년 10월 열린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식만 해도 '샤오캉(小康,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반부패 투쟁이 수도 없이 언급됐다.
샤오캉 구현을 위해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의지 표현이었다. 이는 기업과 권력의 결탁이 부패로 이어지고 부익부빈익빈의 악순환을 유발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알리바바 근거지인 저장성 전현직 관리들이 부정부패 혐의 조사를 받고 줄줄이 낙마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시 주석은 특히 사상적으로 마오쩌둥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 사회주의 관점에서 공산당에 맞설 수 있는 권력은 없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공산당에 대한 도발(?)은 체제에 대한 도전이며 척결 대상일 수밖에 없다.
금융과 연계된 빅테크들의 플랫폼 전략도 공산당을 자극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들은 '페이'로 대표되는 결제수단부터 생활 곳곳에서 플랫폼에 대한 의존현상이 깊어지고 있다. 플랫폼이 마음을 달리 먹으면 국가 시스템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권력이다.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에 대한 압박도 플랫폼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디디추싱은 전국 모든 도로와 이용자들의 동선, 시간, 생활패턴 등이 낱낱이 새겨진 빅데이터이며 교통 플랫폼다. 미국에 상장된 이상 주주들의 빅데이터 공유 요구가 발생할 수 있는 데다 교통 제어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
미국판, 영국판 '정보보안법'이 가동될 수 있다는 불안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정보보안법을 통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중국 영토 내 서버를 둔 모든 기관이 활동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유출할 수 없도록 통제한다. 한 발 더 나아가 중국 정부는 서버에 접근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정부 요구에 응해야 한다.
기업 규제는 체제 안정과 부의 분배라는 1석2조 효과로 이어진다. '공동 부유' 자체가 사회주의의 핵심 이념이면서 분배라는 실질적 행위다. 땀 흘린 만큼 가져가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면서 국가가 분배 조정자 역할을 하는 동시에 그래도 돈을 많이 버는 쪽에서 기부를 해야 한다는 게 공동부유 실행 방안이다.
이는 곧 중산층의 가처분소득 증대로 이어진다. 탄탄한 내수와 투자 확대의 조건인데, 쌍순환 경제의 요체이기도 하다. 미국 제재에 맞서는 자체 생존 전략으로 2019년 등장한 이론이다.
이전까지 시 주석은 2020년까지 샤오캉 사회 구현을 지상과제로 제시했었다. 그리고 지난해 6월 샤오캉 사회을 만들었다고 선언했다. 근거는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을 2010년의 2배로 늘리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는 것이었다. 실제 중국의 1인당 GDP는 2010년 4551달러에서 2019년 1만276달러로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리커창 총리가 "14억 인구 중 6억명의 월수입이 1000위안(약 18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하면서 샤오캉 사회 구현이 반쪽짜리였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공산당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분배를 통한 보다 근본적인 샤오캉 완성과 쌍순환 경제 추진의 예고이기도 했다.
공동부유는 정치적 구호로서도 손색이 없다. 부의 분배로 대중의 인기를 누릴 수 있는 데다 전통적 사회주의로의 회귀를 통해 스스로 마오쩌둥 반열에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안팎에서는 내년 10월로 예정된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3연임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본다. 시 주석은 이미 집권 2기 시절인 2018년 5년 주기의 2기를 초과해 연임할 수 없다는 헌법 내 규정을 삭제하면서 종신 집권의 길을 열어놨다. 공동부유는 인민의 지지라는 명분까지 얻을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CPPCC) 위원 겸 국립행정대학 마르크스주의대학 학장 장잔빈(張?斌)은 "공동의 번영을 추구하는 건 마르크스주의의 핵심"이라며 "공동부유는 중국 공산당의 사명과 사회주의의 근본적인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