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 파병' 안하는 5가지 이유…한국에서 전쟁 난다면?

송지유 기자
2022.03.03 05:07

러시아 침공 일주일, 초토화 된 우크라…
'세계의 경찰' 미국 뭐하고 있나 궁금증,
미국이 직접 군사 개입 안하는 배경은?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파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대신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동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에 미군을 보냈다. 사진은 라트비아에 도착한 미군들/사진=로이터

"러시아가 침공하면 제재하겠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미군 배치는 안 한다." (2021년 12월 9일)

"동유럽에 미군 3000명 보낸다. 우크라이나에는 안 간다." (2022년 2월 3일)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겠다. 미군 7000명은 독일에 추가 파병한다." (2022년 2월 24일)

"미군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과 교전하지 않으며 개입하지 않겠다." (2022년 3월 1일)

러시아의 기습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곳곳이 초토화되고 인명 피해가 속출하면서 '세계의 경찰' 미국이 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국제사회에 가장 먼저 알렸고, 러시아에 강력한 경제제재를 하겠다고 경고하면서도 미군 파병에는 선을 그어 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보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수차례 반복했다.

"인접국도, 동맹도 아냐" 명분 없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국정연설에서 "우크라이나 교전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진=AFP

미국은 다자 또는 양자 관계의 안보동맹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과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 한국·일본과는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는 강제력을 지닌 법적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희망했지만 아직 가입은 못한 상태다.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안타깝지만 현재로선 미국이 파병 등 직접적인 군사 개입을 할 명분이 없는 것이다.

이는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파병을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대신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동유럽과 독일에 미군 배치를 늘리는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나토 동맹국을 위협하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나토 역시 우크라이나가 아닌 동유럽 회원국에 주둔군을 계속 늘리고 있다.

미국 입장에선 실익이 없는 전쟁이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영국 BBC방송은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인접국도, 미군기지 주둔국도, 산유국도, 주요 무역 파트너도 아니기 때문에 군사 개입을 해도 미국에 이득이 될 것이 없다"고 짚었다.

미국이 나토 동맹국인 라트비아에 보낸 아파치 헬기/사진=AFP

물론 미국은 국가적 이익이 없어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군사 개입을 한 적이 있다. 1995년 빌 클린턴 대통령 당시 유고슬라비아, 2011년 버락 오마다 대통령 당시 리비아 등에 미군을 보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처음부터 무력제재가 아닌 경제제재로 러시아를 압박하겠다는 방향을 정했다.

미국 국민들도 파병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AP통신이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와 함께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72%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매파적 성향의 공화당 조차 이번 전쟁 개입에 반대하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로선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와 충돌했다간 '끔찍'…출구전략 트라우마도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우크라이나 도시 곳곳이 파괴되고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사진=로이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 직접 충돌할 경우 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도 한 요인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핵 보유국이다. 자칫 핵무기 사용을 동반한 전쟁으로 확대되는 등 상상만으로도 아찔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총을 쏘기 시작하면 세계대전"이라며 "테러리스트 조직을 다루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은 경계 1순위다. 서방의 전방위 경제제재 조치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핵 전력을 강화하라"고 지시하는 등 국제사회를 공포로 몰아 넣었다.

그동안 참가한 전쟁에서 출구전략에 번번이 실패한 과거 경험도 발목을 잡았다. 미국은 특히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수천명이 전사하고 천문학적인 비용을 소모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후유증도 심각하다. 미 브라운대 왓슨연구소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에 참가했던 미군 가운데 3만여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방위조약 언제든 깨질 수도…'자주국방' 강화해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키예프)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포격으로 유리창이 파손될 것을 우려해 테이프를 붙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한국에선 우크라이나와 같은 상황이 우리에게 펼쳐진다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를 놓고 설전이 벌어진다. "한국은 다르다"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등 주장이 맞선다. '핵 보유국' 북한의 위협과 늘 직면해 있는 만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물론 한국은 우크라이나와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돼 있어 한국이 무력 공격 위협을 받으면 미국은 원조를 하도록 돼 있다. 현재 주둔 중인 주한 미군 2만8500명은 미국의 방위 공약을 상징한다.

미국 군사전문매체 디펜스원이 지난해 8월 1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아프간인들을 태우고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까지 운항한 미 공군 C-17 수송기 내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디펜스원 캡처. /사진=뉴시스

하지만 주한 미군을 유지할지, 유사시 전력을 추가 투입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정에 달려 있다. 미군은 20년간 주둔했던 아프간에서 철수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가간 각서나 협정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우크라이나도 영토 보전과 정치적 독립을 약속한 '부다페스트 안전보장 양해각서(1994년)', 무력충돌을 중단하기로 한 '민스크 협정(2014년·2015년)' 등을 체결했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는 독자적인 안보 태세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과거엔 동맹과 자주국방이 양립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많았지만 최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나토 가입국인 폴란드는 군 병력을 현재의 2배인 30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러시아 인접국인 라트비아는 미국에서 무기를 대량 구매하기로 했다. 일본도 국방비를 크게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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