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미국은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취지로 선을 그었지만, 계속해서 통행이 제한될 경우 미국 경제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경제학자들을 인용,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중동 석유에 직접적으로 의존하는 국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이날 보도했다. 세계 에너지 시장은 상호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해협 재개방은 미국 경제를 비롯한 세계 경제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이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소량의 석유·가스를 수입한다. 다만 세계 에너지 시장은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에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제한되면 전세계 경제에 충격을 준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우선 석유 가격은 전세계적인 공급·수요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데 실제로 지난 2월28일 전쟁 발발 이후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가격은 전세계적으로 폭등했다.
미국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전쟁 이후 36% 급등해 갤런당 평균 4달러(한화 약 6100원)를 넘어섰다. 갤런당 4달러는 미국인들의 심리적 기준선으로 여겨진다. 트럭 연료로 사용되는 디젤 가격은 전쟁 이후 44% 폭등해 물류비와 제품가격 도미노 인상 우려를 낳았다.
또한 미국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대부분 황 함량이 적고 품질이 좋은 유종이다. 대개 정유시설에서는 주로 수입산 중질유나 고유황유를 처리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 때문에 미국도 원유를 수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 기름이 많이 나므로 호르무즈 해협과 상관없다는 이야기는 현실을 완전히 설명하지 못하는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에너지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식량 문제도 일으킬 수 있다. 이란을 비롯한 중동 지역은 세계 최대 비료 생산지 중 한 곳이고 호르무즈 해협은 핵심 운송로다. 전세계 비료 공급량 3분의1이 해당 해협을 통과한다. 현재 빚어지는 병목현상으로 비료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졌다. 비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농업국이나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저개발국가일수록 비료값 영향을 크게 받아 식량 위기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아울러 해협 봉쇄로 설탕, 알루미늄, 헬륨 등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해당 원재료의 가격이 줄줄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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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문제를 '남 일'로 여기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으로부터 원유를 거의 수입하지 않고 앞으로도 필요하지 않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우리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동 원유 수입 비중이 높은 국가들을 가리켜 "미국에서 석유를 사가든 직접 호르무즈 해협으로 가서 석유를 확보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