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으로 팬데믹 온다는데…이런 WHO 괜찮을까

정혜인 기자
2022.03.11 14:31

[MT리포트] 팬데믹 2년, WHO 대해부④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11일로 만 2년이 됐다. 전 세계 누적 확진자는 4억5000만명, 사망자는 600만명을 돌파했다. 인구의 5% 넘게 코로나19에 감염된 셈이다. 역대 최악의 팬데믹 시대, 세계보건기구(WHO)의 현주소를 되짚어본다. 세계 공중보건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염병에 대응해야 할 이 조직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걸까.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세계보건기구(WHO) 본부사무국. /사진=AFP

"또 다른 팬데믹이 온다."

세계 각국의 의료·보건기술 발달에도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전염병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10년마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이런 전염병 위기에 앞장서야 할 유엔 보건 전문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의 위상은 현재 크게 추락한 상태다. 코로나19 초기 WHO의 늦장 대응에 피해 규모를 커졌고, 백신불평등 등 팬데믹 기간 발생한 각종 문제를 명확하게 해결하지 못한 채 경고성 발언만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온다.

전문가들은 WHO가 코로나19 사태로 회원국 기부금으로 운용되는 국제기구의 취약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2년마다 편성되는 WHO 예산의 4분의 3이상이 회원국의 자발적 기부금에서 나온다. 한국행정연구원은 "WHO의 현재 위기관리 체제는 국제기구의 내재적인 취약성을 노출하고 있다. 회원국에 강제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데다 조직·예산·인력 등 측면에서 역량의 한계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WHO는 2005년 세계 전염병 대응 체계를 정비하며 국제보건규칙(IHR)을 전면 수정했다. 개정된 규칙은 WHO가 회원국의 공중보건위기 발생 보고를 의무화하고, 국제 보건 비상사태(PHEIC) 선언 권한을 갖는다는 것이 골자다. WHO는 새로운 규칙을 통해 코로나19를 포함해 2009년부터 지금까지 총 6번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는데, 이중 2번(신종 인플루엔자·코로나19)이 팬데믹 선언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WHO의 국제보건규칙은 국제법상 조약으로, WHO 회원국에는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지만 처벌·강제 규정이 없어 권고 수준에 불과하다. 국제 보건 비상사태 선언 시 회원국은 보건위기 관련 정보를 24시간 이내 WHO에 보고해야 하지만, 이 역시 강제력이 없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는 WHO가 회원국의 공식 데이터를 기다리는 데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비공식 정보에 대한 분석도 진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WHO 이외 새로운 형태의 국제보건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 1월 '다보스 어젠다 2022' 화상 연설에서 WHO의 한계성을 지적하며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형태의 새로운 보건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은 감염병 대응에 관한 다자간 협약 바탕으로 한 '아시아태평양 감염병 대응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연구원은 "국제사회가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과제에 '유엔기후변화협약'이란 다자간 협력을 체결했듯, 감염병 대응에 대한 다자간 협약을 체결한다면 보다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감염병 대응 체계 기반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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