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수천명의 대만 사람들이 캄보디아로 여행을 갔다가 인신매매를 당한 사실이 외신을 통해 알려졌다.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들이었다. 간신히 탈출한 사람들은 강제 구금에 잦은 성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납치, 인신매매를 당한 사람들은 홍콩, 마카오, 베트남 등 여러 나라에 걸쳐 있었다. 대부분은 취업 미끼에 속아 캄보디아로 향했다가 납치를 당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인 불황이 몰고온 비극이다.
이 사건에 대만뿐 아니라 중국도 흥분했다. 항상 대만을 자신들의 일부라고 전제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비인륜적인 행태 앞에서 누구든 분노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범죄자들이 캄보디아 여인들을 상대로 자행하는 짓을 생각하면 적반하장에 가깝다.
8월21일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사다. '도와주세요. 비명을 질렀다' 중국에 신부로 팔려온 캄보디아 여성들, 자신의 운명을 피할 수 없었다.('I was screaming for help': sold as brides in China, few Cambodian women escape their fate.)
이 기사는 수많은 캄보디아 여성들이 중국에서 당해야 했던 끔찍한 인신매매 실태를 고발한다. 대만 여성들이 캄보디아에서 납치당한 소식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캄보디아 여성들이 중국에서 겪어야 했던 끔찍한 일은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다. 국력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에 등급이 매겨지는 걸까?
두 아기를 키우는 캄보디아 여성 쿤테아는 2020년 남편과 헤어지고 홀로 아이들을 키웠다. 코로나19로 경제가 무너지자 봉급이 절반으로 줄었다. 하루 12시간 일해 월급 120달러 약 16만원을 받았다.
그해 10월 동료로부터 중국에서 일하면 1100달러를 벌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아이들을 맡긴 채 무작정 중국으로 떠났다. 1주일간 베트남을 거쳐 중국으로 밀입국했다. 도착해보니 그녀를 맞은 건 인신매매 일당이었고 이들에게 속아 넘어온 여성들이 자신 말고도 12명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쿤테아는 몇 달간 여성들이 한 명 한 명 팔려가는 걸 지켜봤다. 어느 새 자기 차례가 왔다. 그녀를 산 사람은 동부 장시성의 대머리 중국인 남자였다. 거래 가격은 단돈 2000달러였다.
쿤테아는 중국 남자에게 강제 결혼을 당한 지 1주일 만에 탈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 반응은 황당했다. 남편이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는 데 왜 집을 나왔느냐고 했다. 그리고는 만약 남편과 집에 가지 않으면 1년간 감옥에 넣겠다고 협박했다.
쿤테아는 대머리 남성과 돌아가는 즉시 자신은 영원히 중국에 갇힐 거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리고는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창문 하나 없는 감옥에 갇혔다.
쿤테아에게는 그래도 마지막 희망이 있었다. 그녀가 탈출한 날 캄보디아 프놈펜 의류공장에서 일하는 자신의 남동생에게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대머리 중국인 집 주소와 자신은 지금 경찰서로 향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쿤테아 남동생이 캄보디아 정부에 누나 소식을 알리자 캄보디아 정부가 나서 쿤테아를 고향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쏙이라는 이름의 또다른 캄보디아 여성도 17세에 중국으로 팔려와 강제 결혼을 당했다. 시댁 식구들은 쏙이 휴대폰을 만지지도 못하게 했다. 탈출 가능성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운좋게 쏙이 휴대폰을 손에 넣었고 VPN을 이용해 페이스북 접속에 성공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상황을 그대로 알렸다. 그녀의 어머니는 캄보디아 정부에 이 사실을 알렸고 쏙은 중국을 탈출할 수 있었다. 탈출 시도 두 번째만에 성공이었다.
2021년 중국으로 인신매매로 팔려갔다가 캄보디아로 돌아온 여성은 300명이 넘는다. 돌아오지 못한 여성들이 적어도 몇 배, 몇십 배는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국에서 저개발국 여성 납치가 빈번한 건 한 자녀 정책이 유발한 극심한 성비 불균형 때문이다. 과거 여아들의 무분별한 낙태 때문에 결혼 적령기 여자가 부족하다. 평생 홀아비로 살아야 할 중국 남성들이 3500만명이다. 엄청난 수의 중국 홀아비들은 저개발국 여성들 인신매매를 부추기는 원동력인 셈이다.
주변국들에만 피해를 끼치는 게 아니다. 중국 체제 불안 요소이기도 하다. 미국 텍사스주 텍사스대학교 발레리 허드슨 교수는 "성비 불균형은 사회불안을 반영하는 동시에 앞으로 재앙적인 사회불안을 잉태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홀아비가 많다는 건 성범죄가 늘고 빈부차가 결혼 성공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을 높인다. 당연히 체제에 대한 불만과 저항심이 쌓인다. 중국 공산당이 원하는 그림이 아니다. 중국 정부가 뾰족한 대책 없이 관망하고 있는 사이 저개발국 여성들과 가족의 인생이 무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