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먹고살기도 힘들다" EU 뛰쳐나간 英…지금은 어떤가[뉴스속오늘]

김성휘 기자
2023.06.24 06:01

[뉴스 속 오늘] 2016년 6월24일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런던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2019년 5월 14일 런던 의회 의사당 밖에서 영국과 EU 국기가 함께 나부끼는 모습. ? AFP=뉴스1

2016년 6월24일.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할지를 묻는 국민투표가 역사적 결과로 끝맺었다. 23일(현지시간) 투표를 치렀더니 영국민 51.9%가 EU 탈퇴를 선택한 것이다.

유럽의 경제사회 통합이라는 2차세계대전 이후 큰 흐름이 처음 '백래시'(역풍)을 맞은 것. 창설 후 회원국을 늘려가기만 하던 EU가 처음으로 유력 회원국에게 '일격'을 당한 것이었다. 자연히 유럽뿐 아니라 전세계 경제에 파장이 컸다.

Why…영국은 왜

직접적 원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어려워진 영국과 유럽의 경제여건이다. 물론 그 바탕엔 유럽 대륙과 장기간 전쟁까지 벌이며 쌓아온 영국 특유의 고립주의가 있다. 영국은 대륙의 일에 간섭하지도, 거꾸로 대륙에서 간섭받기도 싫어하는 성향을 확립해 왔다.

그러다 금융위기로 EU 재정이 악화하자 경제규모가 크고 선진국인 영국이 내는 분담금 부담도 커졌다. 난민이 증가하자 이들이 자국민 일자리를 뺏는다는 반발도 커졌다.

"우리 먹고살기도 힘든데, 사정이 나쁜 회원국들 도와주고 우리가 얻는 게 뭐냐." 영국 보수세력은 아예 EU에서 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투표'는 이 같은 'EU 탈퇴' 여론을 관리하는 한편, EU에서 더나은 조건을 얻어내려는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의 묘안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탈퇴 결정이 나면서 묘한 상황이 됐다.

(런던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에 47년간의 동거를 끝내는 영국과 EU의 브렉시트 무역합의문이 세워져 있다. ? AFP=뉴스1
Who…국민투표 묘수? 실수?

캐머런 총리는 2013년,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2017년까지 실시하겠다고 나섰다. 당내 강경파를 누그러뜨리고 분열을 막으려는 방안이었다. 보수당이 2015년 총선서 승리하자 국민투표가 실제 준비되기 시작했다. 한편 시리아 등지에서 난민이 대규모로 들어오자 브렉시트 여론은 더 강해졌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 리시 수낵 현 총리가 대표적인 탈퇴론자로 강경 여론을 이끌었다. 반면 EU 체제에서 영국을 이끌었던 존 메이 전 총리 등은 잔류파로 이에 맞섰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의 자율권 강화, 이민자 복지 제한 등을 유럽연합 잔류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는 협상을 거쳐 2016년 EU 정상회의에서 이를 얻어냈다. 캐머런 총리는 그해 6월23일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면서도 "영국의 미래를 위해 EU 잔류를 선택해 달라"고 자국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How…세부협상 엎어지며 차일피일

잔류파는 EU에서 얻어낼 것은 얻어냈고, 브렉시트로 얻는 것보다 유로존 시장과 단절되는 등 잃는 것도 크다고 봤다. 국제사회에서 영국의 신뢰도나 위상에 어떤 영향을 줄 지도 알 수 없었다.

투표 결과 영국 국민들은 'EU 탈퇴'를 선택했다. 캐머런 총리는 당일(24일) 물러났다. 한 달 후 역시 탈퇴론자였던 테레사 메이 신임총리가 마가렛 대처 이후 두 번째 여성 총리로서 EU와 탈퇴협상을 해야 하는 난제를 떠안았다.

영국은 국민투표 9개월만인 2017년 3월 28일, EU 탈퇴 문서에 서명하고 하루 뒤 이를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전달했다. 이로써 2년 시한을 두고 브렉시트 협상 절차를 공식 개시했다.

그러나 수 차례협상이 엎어지고 지연되면서 브렉시트는 난항을 거듭했다. 최대 쟁점은 영국의 일부이지만 아일랜드섬에 있는, 북아일랜드의 지위와 통관 제도에 대한 것이었다.

(브뤼셀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019년 4월11일(현지시간) 브뤼셀의 EU 브렉시트 특별정상회의를 마친 뒤 떠나고 있다. EU는 이날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를 오는 10월 말까지 6개월 연기하되 그 이전에라도 영국 의회가 합의안을 통과시키면 EU를 탈퇴할 수 있는 '탄력적 연기' 방안을 승인했으며, 메이 총리도 가능한 한 빨리 영국의 EU 탈퇴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 AFP=뉴스1
What…하드보더, 백스톱

독립국인 아일랜드가 그대로 EU 회원국인 상태에서 이곳과 국경을 마주한 북아일랜드는 EU를 떠나는 상황이 됐다. 기존까지 왕래가 자유롭던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이 닫히는 이른바 '하드보더'가 우려됐다.

이를 피하고자 북아일랜드는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남겨 조치를 모색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경우 북아일랜드만 EU에 잔류하는 결과가 될 수 있었다. 때문에 당분간 영국도 함께 관세동맹에 남기로 했다. 이것이 백스톱 조항이다.

즉각적이고 완벽한 EU 탈퇴를 원하는 영국 보수진영은 반발했다. 백스톱을 언제까지 한다는 시한도 없으므로 영국의 주권이 침해된다는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영국 정부가 EU와 합의한 방안을 영국 의회가 부결시키고, 재협상을 했지만 또 부결시키는 일이 반복됐다.

메이 총리의 지도력도 바닥이 났다. 마침내 2019년 5월 메이 총리가 사임했고 존슨 총리가 취임했다. 브렉시트 강경론자인 존슨 총리는 2019년 10월 31일이면 무조건 EU에서 탈퇴하겠다고 선포했다. 아무 협정도 없이 영국이 떨어져나가는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급증했다.

(런던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020년 12월 30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에서 영국과 EU의 47년 동거를 끝내는 브렉시트 무역 합의문에 서명을 한 뒤 두 손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 AFP=뉴스1

When…2023년에도 수정합의

물론 아무도 파국을 원치는 않았다. 영국과 EU는 시한을 연장해 가며 탈퇴 협상을 계속했다. 2020년 1월 29일 유럽의회가 브렉시트 협정안을 처리했다. 30일에는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이 영국의 EU 탈퇴를 최종 승인했다.

브렉시트는 이로써 2020년 1월 31일 공식 시행됐다. 다만 '연착륙'을 위해 한 해를 전환기로 정했다. 그해 말 12월 24일 마침내 '미래관계협상'을 타결, 다음 해인 2021년 1월 1일부터 영국과 EU는 완전히 결별했다.

이후로도 영국과 EU는 수정협상을 계속해야 했다. 가장 최근엔 지난 3월24일, 북아일랜드 관련 협약을수정하는 이른바 '윈저 프레임워크'에 최종 서명했다. 북아일랜드가 EU 단일시장에는 잔류하되, 영국과 북아일랜드간 통관은 세분화·간소화하는 것이 골자다. 영국 윈저성에서 합의했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다.

(윈저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27일(현지시간) 런던 인근 윈저에서 북아일랜드 관련 새로운 브렉시트 협약에 합의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Where…아일랜드

아일랜드는 1948년 영국에서 독립했지만 양국은 50년간 유혈 무력충돌을 겪을 정도로 반목이 극심했다. 폭탄테러와 응징 등 피의 복수가 반복되던 관계는 1998년 벨파스트 평화협정을 맺으며 비로소 봉합됐다.

영국은 여기에 다시 물자와 인력 이동을 통제하면 간신히 유지해 온 평화관계가 흔들릴 것을 걱정했다. 반면 영국 요구대로 아일랜드-북아일랜드간 국경 통제를 안 하면, 상품들이 무관세로 넘나들며 시장을 교란시킬 것이라고 EU는 우려했다.

양측은 지리한 협상 끝에 입장차를 좁혔다. 영국서 북아일랜드로 넘어가는 상품의 목적지가 북아일랜드면 통관절차를 최소화한다. 반면 최종 목적지가 아일랜드라면 정식 통관을 실시한다. 간소화는 녹색 길이란 뜻에서 그린레인(Green Lane), 반대로 정식 통관은 빨간 길(Red Lane)으로 부른다.

(벨파스트 로이터=뉴스1) 박재하 기자 = 2023년 4월12일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굿프라이데이 협정(벨파스트 협정) 25주년 기념행사 도중 만난 바이든 대통령과 수낵 총리. 2023.04.12/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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