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당일 실행하겠다고 예고한 관세 부과를 일단 미뤘다. 하지만 그는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 교역상대국의 불공정 무역관행 조사를 지시하는 등 좀 더 시간을 갖고 치밀하게 무역 문제를 풀려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도 영향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날 관세 조치가 나오지 않으면서 강달러 추세가 둔화되는 등 시장은 안도하는 모양새다.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즉시 실행을 예고했던 최대 20%의 보편관세에 대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부과를 미뤘다. 몇몇 나라에 대한 관세는 이보다는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동안 트럼프는 연간 1조달러에 달하는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취임 당일 대규모 관세 인상을 예고해 왔다.
이날 앞서 취임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관세 계획을 언급하지는 않고, 관세 및 수입을 징수하기 위한 대외수입청(ERS)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ERS를 미국인들의 세금을 걷는 국세청(IRS)처럼 연방 징수기관으로 만들어 연방정부 재정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 중 캐나다·멕시코가 "수많은 불법 이민자들이 국경을 넘도록 방치하고 있다"며 두 나라에 대해 이르면 2월1일부터 25% 관세 부과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25% 관세'는 불법 이민자, 마약 유입 문제를 이유로 당선 이후 꾸준히 공언해온 것이다. 다만 AP통신은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중국에 대해 언제부터 관세를 부과할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1기 때 무역전쟁을 시작한 상대국인 중국에 대해 대통령은 60% 관세 부과를 언급해왔다.
유럽연합(EU)에 대해서는 미국이 막대한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면서 "관세를 매기든지 미국 원유를 사게 하는 방식으로 적자를 메꿀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발언들로 보면 관세 부과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고, 국가별로 시차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특히 이날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공개된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 대통령 각서 내용을 보면, 트럼프 정부는 무역 문제 대응을 위해 좀 더 세밀한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무역대표부(USTR)를 중심으로 관련 부처에 미국 무역적자, 교역상대국의 불공정 무역관행 및 환율 조작 등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 정책 각서에는 현재 무역 협정들을 재검토하고 필요한 부분의 개정을 권고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무역협정 재협상을 선택지로 놓은 것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영향받을 수 있다. 다만 각서에 구체적으로 언급된 나라는 중국, 캐나다, 멕시코 3곳이다.
우선 2월1일로 관세 부과 예상 날짜가 나온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 국가에 대해서는 기존 무역협정이 미국 근로자, 농부 및 기업을 우선시했는지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이 협정은 2026년이 예정된 재검토 시기지만 미국이 당기려 할 수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2018년 시작된 미중 무역 전쟁을 종결하기 위해 2020년 중국과 체결한 1단계 무역합의를 중국이 이행했는지 조사토록 했다. 중국은 2년 동안 미국산 제품 구매를 2000억달러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코로나19 발생으로 약속 이행에 실패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산 대한 관세 조치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모드로 전환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합의하려는 의지를 반영한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일 관세가 부과되지 않으면서 강달러 추세가 약화되고 위안화는 강세로 전환했다. 강세를 지속해온 달러인덱스는 20일 1% 넘게 내리며 21일 108.44를 기록했으며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3위안대를 깨뜨리고 7.28위안대로 하락(위안화 가치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도 20일 야간 거래에서 급락하며 21일 1430원대에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