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규모 500억달러를 넘는 '슈퍼 억만장자' 24명의 순자산이 총 3조3000억달러(4725조원)로 프랑스의 명목 GDP(국내총생산)에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5일(현지시간) 글로벌 재산 정보 회사 알트라타의 단독 데이터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은 최근 몇 년 동안 억만장자 계층이 극적으로 늘면서 새로운 종류의 초부유층인 슈퍼 억만장자가 등장했고, 이들의 재산 합계가 전세계 억만장자 재산의 16% 이상을 차지해 2014년의 4% 대비 크게 늘어났다고 전했다.
슈퍼 억만장자 24명 중 16명은 순자산이 최소 1000억달러(143조원)인 센티억만장자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인 일론 머스크의 순자산은 4194억달러로 1987년 포브스가 처음 집계할 당시 최고 부자였던 요시아키 츠츠미의 순자산의 21배에 달한다. 미국 가구의 순자산 중간값과 비교하면 200만배 이상이다.
세계의 슈퍼 억만장자 인구는 대부분 기술 부문에서 돈을 벌었거나 기술 발전으로 도약한 기업가들이다. 순자산 순위 10위 안에 든 6명이 이 범주에 속했다. 총 24명의 슈퍼억만장자 중 여성은 3명에 불과했고, 미국 외 지역에 본사를 둔 사람은 7명에 그쳤다.
이에 따라 슈퍼억만장자 인구의 구성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부를 물려받는 것에서 자수성가한 억만장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2024년 보고서는 "오늘날 미국의 위대한 재산은 올드 머니가 아니라 뉴 머니"라며 "포브스400 목록에 애스터, 카네기, 록펠러, 반더빌트 같은 이름이 사라졌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2005년 포브스 400 리스트에 오른 약 97명의 살아있는 억만장자 중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 중 절반도 안 되는 사람이 현재 그 리스트에 올라있다"며 "리스트에 남아있는 소수의 상속인과 상속녀는 포브스 순위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올라갈 가능성보다 3배 더 높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경제적 불평등은 가속하는 추세다. 연방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가구 상위 1%가 49조2000억 달러의 부를 보유했는데, 이는 국가 총 부의 약 30%에 해당한다. 1980년대 후반에는 상위 1%가 23%만 보유했다.
컬럼비아 대학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 같은 부의 불평등이 결국 정치적 불평등으로 이어져 다시 부의 불평등을 가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초부유층은 일반 미국인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공립학교, 공립병원을 다룰 필요가 없고 일반인들이 하는 것처럼 건강보험에 의존하지 않는다"며 "이런 종류의 깊은 분열은 양극화되고 있고, 사회의 기능에 중요한 연대를 훼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