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상속세가 신설되면서 부자들의 생명보험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사망 후 지급되는 생명보험으로 유족들이 상속세를 낼 수 있게 말 그대로 '보험'을 들어놓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3일(현지시간)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이 첫 예산안에서 농업재산 감면(APR)과 사업재산 감면(BPR) 제도 개혁을 발표한 후 초고액 자산가들의 생명보험 가입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4월부터 100만파운드(18억5800만원)를 초과하는 자산에 대해 20%의 상속세가 신설된 여파다.
보험 중개업체 존 램 힐 올드리지의 부이사 홀리 힐은 "지난해 10월 세제 개편 계획이 발표된 후 생명보험업계가 빛을 만났다"며 이전 같으면 30명의 슈퍼리치와 신규 계약을 했을 동안 이제는 110명이 계약을 한다고 밝혔다.
존 램 힐 올드리지는 35억파운드(6조5000억원)의 생명보험을 커버하고 있는데, 이는 85억5000만달러(15조8800억원)의 자산에 대한 상속세를 보장할 수 있는 규모다. 영국 전체 부유층의 생명보험 가입 데이터는 집계된 바 없으나 보험업계가 체감하는 증가 추세는 뚜렷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생명보험이 상속세를 커버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짚었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상속자가 6개월 이내 급하게 상속자산을 급매로 파는 대신 사망 보험료를 이용해 급한 불을 끌 수 있다는 설명이다. 힐 부이사는 특히 해외로 거주지를 옮기되, 영국 내 부동산 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부자들이 남은 가족을 챙기는 데 요긴하다고 덧붙였다.
영국은 지난해 제레미 헌트 전 재무장관이 영구 거주지를 영국으로 등록하지 않고 영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세금을 면제해주는 비거주자 제도를 없애겠다고 발표한 후 부유층의 생명보험 가입 수요가 급증했다. 과거에는 절세에 유리한 비거주자 신분을 유지하는 데 9만파운드(1억6700만원)를 썼다면 이젠 상속세를 커버해줄 생명보험에 9만파운드를 지출하고 있다. 로펌 찰스 러셀 스피치리스의 캐트린 해리스는 과거엔 고객의 자산을 보호할 방법이 많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생명보험은 놀랍게도 높은 가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 재무부는 비거주자 제도 폐지로 2029~2030 세무 연도까지 127억파운드(23조600억원), 상속세 신설로는 18억파운드(3조3400억원)의 추가 세입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